[일상] 표백불가
'23.04.10
좌회전 우회전 길을 몰라 그저 직진만 하던 관계에 끝이 났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나는 해당되지 않기에 부적절한 관계임에도
그녀는 더럽지만 나는 비교적 깨끗하다는 자기위로 하에 지속되었다고 생각한다.
아, 나는 관계를 이어가고 싶었고 결국엔 이 관계를 멈춘 건 그녀이기에 내가 더 부정한걸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4월 10일 선거날,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를 만난건 작년 가을, 힘든 취업 준비 시간을 견디기 위해 나간 모임에서 만났다
동갑이면서 어느정도 공감대가 있기에
이렇게 저렇게 술도 먹고 하다보니 어렵지 않게 친해졌고
그렇게 스스럼없이 가까워졌다.
그녀에겐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와 그녀가 딴 마음을 먹지 않는다면 그녀의 남자친구에게 피해주지 않는 것이라 멋대로 생각하며
그렇게 몰래몰래 만났다.
그렇게 밀회가 반복이 되었고
그녀는 나보고 우리 관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면서. 오늘 이후로는 친구로 지내자고 연락이 온것이다
아마 내쪽에서 확신을 주지 않기도 하고, 그런 밀회가 들킬것이 염려되었을테다
사실, 항상 자문했다.
하지만 만나면 좋고 항상 즐겁기에 생각만 할뿐 실천하지 못했을뿐
그녀도 앞선 생각에 동감했지만
이번엔 대답을 요구했다
다만,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이렇게 확신주지 못하고 뜸들이는 나를 분명 싫어할 것이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말과 그녀가 듣고 싶어하는 말을 교묘하게 섞어
대답의 사실감은 갖추면서 그녀의 반응을 이끌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너 어차피 나랑 안사귈거잖아'
라고 일침을 박았다.
사실 어느정도 맞다.
그녀랑 이야기하는 것이 좋고 자는 것도 좋지만서도
친구라는 핑계로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했다.
은연중에 그녀가 연애감정을 느낄때마다 그런 것을 일부로 티를 내기도 했으니깐
그녀의 말이 뼈 아프긴했지만
여기에서 '어 그래 맞아'라고 할 수 없기에
'너 되게 함부로 말한다'
라고 되받아치며 이런 저런 사건들을 이어붙여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답변을 했다.
하아
그녀는 부정한 관계에 끝을 내면서 친구 관계는 이어나가고 싶기에
시간을 갖자고 했다.
참으로 이기적인 생각이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고 표현하니,
그녀는 자기도 가능할지 잘 모른다고 했다
나도 내심 아쉽지만 이 미친 행위에 작별을 고하고 싶기도 했고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기에
'안될 것같고 불가능하겠지만 그래 시간을 갖어보자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거니깐' 하고 승낙했다
고등학교 때 다양한 불륜 소설을 읽어본 나로서
그것들 중에 해피엔딩은 하나도 없었다
대부분 항상 파국을 맞고, 극소수의 사랑은 피로 다시 쓰여져 타지에서 새로 시작하는 결말을 맞았다
손에 피를 묻이기까지의 그런 것이 아닌, 나는 후자에 해당될 일이 없으니
모로봐도 우린 전자를 향해 비탈길에서의 브레이크 고장난 트럭인 것이다.
자신을 잊지 말라고
나는 여기에 있다고 말하는 그녀 너머로 나는
꿋꿋하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사람 관계에서 세탁과 표백이 불가능한 것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신뢰도 사랑도 뭐 비슷한 구석을 공유하고 있으리라
더럽고 부정한 건 이번에 묻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