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10회라는 호흡 속에서 파멸에 치닫는 속도감과 전개는 완벽.
결말의 불완전함 마저도.
단순하게 애니메이션, 오락으로 치부하기에
그 연출이 매우 치밀했다
(달과 관련된 루시의 꿈, 노골적인 듯 드러나지 않는 레베카의 애정 등)
단순하게 사이버 펑크라는 단순한 주제로 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여 발생하는 억압적이고 무법적인 서브컬처를 다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왜 멈출 수 없었을까
메인과 도리오가 사라지고
사이버 펑크로서의 삶을 포기하면
루시와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데이비드는 척추가 뽑혀 유탄에 몸이 터지고
메인의 시체는 찾아볼 수도 없다
왜 데이비드는 그러지 못했을까
데이비드는 사고로 어머니를 잃어 글로리아의 바람대로 아라사카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것은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데이비드는 사이버사이코시스에 시달린다(메인과 도리오와의 죽음도)
아마 일반적인 사이버 펑크와 데이비드와의 차별점(인간적이고 따듯한 심성의 모습)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멤버와 팀워크를 중요시여기는 메인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런 모습이 지금까지의 성공한 데이비드를 만들었지만
스스로를 파멸까지 몰고가고야 만다
데이비드는 그런 속성(사랑)이라는 족쇄를 차고서
용병단(가족)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소모되고 마모된다
데이비드가 인간적인 따듯함을 지니고 있음에도 점차 기계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장르적 비극성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간 이유가 어떤 과거의 트라우마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하면서 상실감을 배가시키기도한다.
더불어,루시라는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기에 다들 루시에게 많이들 감정을 이입한다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에서 루시를 매우 띄워준다)
데이비드에게 루시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지배적이것이라는 생각이 분명 들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관객몰이용 캐릭터이자 감정이입의 도구)
사실 루시는 데이비드가 지켜야할 수 많은 꿈 중 하나인 것이고
데이비드는 '달에 가고자 하는 꿈'이 점차 '달에 함께가고자 하는 꿈'으로 루시 희망이점차 변모하는 모습을 눈치채기에
그는 너무나도 바쁘고 고통스러운 삶속에서 느끼지 못한다.
더불어 사이버 사이코시스도 있고 말이다.
데이비드는 그런 모든 것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어깨엔 조금씩 피로가 쌓인다.
데이비드는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메인의 의지를 잇고 싶었고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루시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모두 이루고 지킬만큼 사실 스스로 특별하지 못했던 나머지.
루시와 데이비드 간의 커플링과 루시의 뛰어난 캐릭터성에 파묻힌 채
데이비드의 그런 심리적인 모습이 파묻힌 감이 있는 것같아 아쉬운 마음과
마음조리며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틀대는 감정을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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