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어떻게 잊었는데...

 

숨가쁜 10회라는 호흡 속에서 파멸에 치닫는 속도감과 전개는 완벽.

결말의 불완전함 마저도.

 

단순하게 애니메이션, 오락으로 치부하기에 

그 연출이 매우 치밀했다

(달과 관련된 루시의 꿈, 노골적인 듯 드러나지 않는 레베카의 애정 등)

단순하게 사이버 펑크라는 단순한 주제로 컴퓨터 기술에 의해 지배당하여 발생하는 억압적이고 무법적인 서브컬처를 다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데이비드는 왜 멈출 수 없었을까 

메인과 도리오가 사라지고 

사이버 펑크로서의 삶을 포기하면 

루시와의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

데이비드는 척추가 뽑혀 유탄에 몸이 터지고 

메인의 시체는 찾아볼 수도 없다

왜 데이비드는 그러지 못했을까 

 

작 중 어머니의 유골을 놓지 못하는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사고로 어머니를 잃어 글로리아의 바람대로 아라사카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그것은 트라우마로 남았는지 데이비드는 사이버사이코시스에 시달린다(메인과 도리오와의 죽음도)

 

아마 일반적인 사이버 펑크와 데이비드와의 차별점(인간적이고 따듯한 심성의 모습)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이면서 

멤버와 팀워크를 중요시여기는 메인을 계승하고자 하는 의도적인 모습일 것이다

 

그런 모습이 지금까지의 성공한 데이비드를 만들었지만 

스스로를 파멸까지 몰고가고야 만다

인간의 형태을 찾아보기 힘든 데이비드

데이비드는 그런 속성(사랑)이라는 족쇄를 차고서 

용병단(가족)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소모되고 마모된다

 

데이비드가 인간적인 따듯함을 지니고 있음에도 점차 기계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장르적 비극성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간 이유가 어떤 과거의 트라우마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스토리에 설득력을 더하면서 상실감을 배가시키기도한다.

 

 

 

더불어,루시라는 캐릭터가 매우 매력적이기에 다들 루시에게 많이들 감정을 이입한다

(물론 애니메이션 자체에서 루시를 매우 띄워준다)

데이비드에게 루시라는 캐릭터가 굉장히 지배적이것이라는 생각이 분명 들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관객몰이용 캐릭터이자 감정이입의 도구)

 

사실 루시는 데이비드가 지켜야할 수 많은 꿈 중 하나인 것이고 

데이비드는 '달에 가고자 하는 꿈'이 점차 '달에 함께가고자 하는 꿈'으로 루시 희망이점차 변모하는 모습을 눈치채기에

그는 너무나도 바쁘고 고통스러운 삶속에서 느끼지 못한다.

더불어 사이버 사이코시스도 있고 말이다.

 

데이비드는 그런 모든 것들을 외면하지 못하고 어깨엔 조금씩 피로가 쌓인다.

데이비드의 최후

 

데이비드는 결국 파국을 맞이한다

메인의 의지를 잇고 싶었고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고 루시에 대한 사랑이 있었기에 

그리고 그것을 모두 이루고 지킬만큼 사실 스스로 특별하지 못했던 나머지.

 

루시와 데이비드 간의 커플링과 루시의 뛰어난 캐릭터성에 파묻힌 채 

데이비드의 그런 심리적인 모습이 파묻힌 감이 있는 것같아 아쉬운 마음과

마음조리며 애니메이션을 보며 꿈틀대는 감정을 남기고 싶어 이렇게 글을 남긴다

 

 

 

피할 수 없는게 있다

사람이라면

아니, 습관화된 무언가를 갖을 수있는 존재라면 말이다.

 

나는 항상 그런것 같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찾는다고 생각하지만

손에 닿는건 결국 그저 기성의 바리에이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똑같은 맛 똑같은 구도 

높은 수준의 만족을 기대할 수 없지만 

평균 수준에 항상 충족하고 만다 

 

항상 그렇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새로운 의미를 찾지못한다

 

'24.12.14

 

'도시와 불확실한 벽'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과

하루키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읽었다

 

하루키의 작품답게 두 개의 플롯이 평행하게 진행한다

하나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다른 하난 세계의 끝.

 

세계의 끝 챕터의 경우, 우리가 아는 도시와 불확실한 벽의 내용과 비슷하다

벽으로 둘러쌓인 도시, 꿈 읽기, 그림자.

 

다만, 전에 읽었던 작품과 달리

소년과 소녀의 벽 바깥의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고 

단순하게 소년은 소녀를 어디서 봤던 것 같다.

소녀는 아마 내가 아닌 그림자를 만났나보구나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전작의 경우, 그 부분이 매우 재밌었는데 말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하드보일드 원더랜드편이다.

책의 시작되는 부분부터 매우 매력적이었고, 

오컬트적인 세계관의 묘사가 매우 독창적이었다 

더불어 셔플링, 브레인 샤워 등의 소재는 읽으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생각은 과연 어떻게 하는 걸까

 

 

 

 

 

 

예전에 어떤 회사에서 면접을 본 적이 있다.

면접관이 묻더라 

'면접자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어떤 질문이 좋을까요'

머릿속에서 팽팽하던 고무줄이 순식간에 장력을 잃듯이 내 입이 움직였다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묻는게 좋지 않을까요?'

 

의식없이 내뱉은 말이지만

그 이후로 가끔 호감이 있는 친구들에게 묻는다

좋아하는 책이 있냐고

 

'24.10.26

파과 - 구병모

 

공존하기 어려운 주제가 한 곳에 엮였다 

'노인'과 '킬러'

그 미묘한 이질감이 썩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그 부분을 잘 파고든 것 같다.

자신이 노인이라는 것을 인지함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과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자연스럽고 절망스런 노화를 잘 표현해 현장감을 잘 살렸다.

 

작 중 주인공 조각의 스토리는 매우 흥미롭고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부분은 백미였지만,

현실에 해당하는 조각을 둘러싼 스토리는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담담한 문체가 글을 읽는데에 방해가 되지 않았지만, 글을 읽는 재미는 조금 덜 했던 것 같다.

 

 

책장에서 책을 간택하기 까지, 

고르는 방법

음 좋은 책을 읽어야할텐데

인용된다는 것은 살아남았다는 것

살아남았다는 것은 강하다는것  

 

무슨 드라마인지 하나도 알지 못하지만 

그저 인용되었다는 사실로서 읽었다.

 

사실 그 제목도 매우 매력적이지 아니한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4.10.18

 

 

사랑이 사랑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라 함은

과실가 익어가는 시간이 아니라

고무가 열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질적으로 물러졌으면 물러졌지 단단해지지 않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사랑이 아니라 정이라는 것이 새롭게 생겨 또 다시 엉겨붙는 것.

 

 

소설의 폴과 로제가 그러한 것 모습을 보인다 

영원할 것 같은 미래를 꿈꾸면서도 다른 여자를 만나는 로제를 보며 마음에도 없는 남자 시몽에게 편지를 한다

 

이중적이면서 이기적인 모습을 여실하게 볼 수 있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시몽을 위해서라도 비록 바람을 피지만 내가 사랑하는 로제를 위해서라도 그저 바보가 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그리고 끝끝내 로제와 다시 만남을 이어가는 모습은 또 나름 재미지다 

소설이 말하고 싶은 바는 언뜻 잘 모르겠지만

 

내 가슴 속 한편에 갖고 있는 생각으로 비추었을때 얼추 비슷한 내용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랑과 결혼은 다르다고. 

결혼하며 다른 이와 사랑할 수 있다고.

결혼은 사랑에 익숙해져 다른 형태의 사랑, '정'이라는 것에 다달아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결국 시몽과의 사랑은 완숙해지지 못한 것이고

로제와의 사랑의 결실이라는 '정'의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하며 로제에게 돌아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로제도 그것을 어느 순간에 느꼈을 것이고

 

 

물론 내 생각일 뿐이다

그런 모습을 보이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있게 풀어내지 않고 담담하게 적어내는 글은 개인적으로 불호이지만

글을 읽는 내 망상은 그러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란게 설명이 불필요한 이기적인 존재임을 감안하기에 

폴의 그런 행동(마지막이 될 것 같다는 말과 함꼐 마지막으로 나에게 구애하는 매력적인 남자에게 나를 보러 와달라고 한다, 정작 자신은 확신을 갖고 있지 않지만)과 로제의 바람(비교적 수준낮은, 그렇지만 어리기에 매력적인 여자와 바람을핀다)는 설명없이 이해가 되지만

그들의 감정.  

그들의 상황.

독자가 이해하기에, 몰입하기에 충분한 사실적인 묘사가 매우 빈약했다 

그런 부분에서 희열을 얻는 나로서는 매우 아쉬웠다.

 

 

대관절.

책이야기는 제쳐두고 그래서 말인데 거기 글을 읽는 당신

혹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24.10.12

 

사회생활을 하며 떼가 조금씩 묻고있는 요즈음

나는 이제 슬슬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떤 감정과 사건의 교류없이 사랑을 쟁취하고 영위하기 위해 행해야하는 수많은 행동들은

분명 멋있는 일이지만 한편으론 시간, 감정 그리고 돈까지 회수가 불가능한 일명 호구짓이라고 말이다.

(겉보기만으로 판단하고 들이대는 경우를 한정)

 

따라서, 그런 상상과 생각은 사치이고 

그걸 행하려는 노력은 꿈도 꾸지 않는다 

내가 나름의 20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랄까?

 

그런데!! 

테니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주차장에서

같이 테니스치는 남성분께서 여성분에게 약소한 선물을 주며 "집에서 확인해보셔요~" 하며

마음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았다

자주 가곤하는 테니스장

 

글쎄...

나보다 나이도 많은 형님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뭐.. 내 앞선 생각이 모두에게 통용되는 생각은 아니지만

2030 성인 남성이라면 그런 생각을 두루두루 하곤하니깐~

 

남성분께서  그런 행위에 대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며 또 어떤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계획했다고 생각하면 또 박수쳐주고 응원해주고 싶었다.

 

내 나이에도 아스팔트에도 백합꽃이 필 수 있다는 상상은 터무니없는 상상인데

그런 낭만넘치는 생각을 갖고 실천에 옮긴다는 게 

일단은 내 협소한 상상을 아득히 벗어나는 일이니깐

 

아아

나는 이 두분을 계속해서 코트에서 볼 수 있을까

묘하게 흥분되는 대목이다

 

 

 

 

결국엔 참지못하고 책을 넘겼다

개발과 자기발전에 좀더 투자하고자 했지만, 추석기간을 그렇게 보내기에 

내 의지가 부족했고 너무나 더운 날씨에 굴복해버린 탓이 컸다

 

대관절

하루키의 책을 탐독하며 느낀 것이지만

대개의 작가는 자기가 추구하는 에고와 자기가 정한 일정한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쪼록 읽으면서 면도날(서머싯 몸의 다른 서적)과 비슷하게 메세지에 대한 중압감은 전혀없었고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직접 관찰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해듯는 과정이 매우 사실감 있고 재미있었다.

더불어 읽으면서도 소설같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감이 넘쳤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스트릭랜드가 블란치와 외도하게 된 부분이나, 타히티에서 스트리랜드의 모습은 가히 백미였던 것 같다.

 

분명 서머싯 몸은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 그것을 추구하기엔 주변인들이 고통받을 수 있기에

그래서 막연하게 예술/철학에 심취한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그런 욕구를 대신하여 충족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진리를 찾기 위해서 속세에 미련없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과 동경이 있으면서 

한편으론 그에 따른 피해를 두려워하며 말이다.

 

모쪼록 서머싯 몸은 메세지 전달에 대한 압박감 없이 그런 상황에 대해서 

달과 6펜스에서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빌려서

면도날에서는 래리 대럴의 파괴된 삶을 빌려서 

자신의 이상과 자신의 목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민음사 달과 6펜스의 해설의 말을 빌려서

'예술가의 개성은 과연 인격의 파탄을 상쇄해 줄 수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서머싯 몸은 예술/철학과 같은 진리를 좆는 숭고한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 같은 윤리와는 평행하지 않으며 

그런 순탄치 않은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박수을 보낸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24.09.19

 

-

부인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나지 뭐예요?

-

파티에서 스트릭랜드 부인.

이상적인 부인상의 꽤나 매력적인데 독특하게 연회에선 남편과 대동하지 않는다.

의아해하던 나는 스트릭랜드가 조금 궁금해지던 찰나에 동료에게 스트릭랜드 가에 대한 소식을 언뜻 듣게된다

스트릭랜드가 가족을 두고 파리로 도망간 것이다. 

 

하지만, 내심 남편이 도망갔다는 사실보다

딴 여자와 바람이 났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날 수 있음을 경계하며 자신은 남편을 사랑한다는 말을 재차하는 부인을 보며 서머싯은 쓴 웃음을 짓는다

'세상 평판은 여성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도 위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참 경우에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스트릭랜드 부인으로부터 그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은 주인공, 곧바로 프랑스로 간다

 

-부인께서 몹시 슬퍼하시리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부인께 무슨 잘못이라도 있나요?없어요그럼 부인께 무슨 불만이라도?없소 -ㅋㅋㅋ가족에 대한 애정도 관심도 없는 스트릭랜드 어떠한 도덕적인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예를들어 와이프는 어쩌구요! 라고 물으면 그럼 재혼하던가~ 이런 식이었다아이들이 굶어 죽으면 어쩔려구! 모아둔 돈 좀 있어~ 등등...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그가 고향을 등지고 파리로 간 것은 어떤 여자 때문도 와이프 문제도 아닌 '그림'이었다.그런데 그림은 그린적도 없는 그에게 왜 그림이냐고 물으니 '나는 그려야 해요'라고 묻는 모습은 꽤나 단호해보였다.그림을 그려야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라고 답변했다.이 말을 읽는데 묘한 울림이 있었다. 그는 물에 빠진걸까 

 

 

다시 돌아와서, 사랑 때문에 집을 나간게 아닌 '그림'때문이라고 하니자존심과 함께 무너져 버리는 스트릭랜드 부인

 

시간이 흘러 반복되는 런던의 삶에 싫증이 난 주인공은 파리로 가기 전에 시간을내어 스트릭랜드 부인을 본다남편분을 만나면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나의 말에 '그의 형편이 어렵다면 도울 생각이 있다'고 답한 그녀하지만 그녀의 일부 속물적이고 평판과 소문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주인공은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든다'나는 그 제의가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떄떄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가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이혼을 하고 사회적으로 저급한 이런 저런일을 전전하면서도 자신의 이전의 높았던 지위를 뽐내고 싶었고 그런 배타적인 상류의식을 보이는 그녀 모습에 권태가 난 것이리라. 

 

 

모쪼록 파리에 와서 더크 스트로브라는 화가 친구를 만나 스트릭랜드 이야기를 꺼냈는데

우연찮게도 그도 스트릭랜드를 알았고, 그의 천재성에 혀를 내둘렀다

-

사람들이 자네나 나를 조금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찰스 스트릭랜드와 알고 지낸 덕분일걸세

-

5년만에 그는 나름 태가 나는 화가가 된 것인 걸까

'그는 좀 성공했나? 지금 어디 살고 있지?'

'성공은 무슨 성공 그림은 한 장도 못팔았을걸세.'

그림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갖고있는 더크 눈에는 그는 대성할 재목으로 본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더크와 주인공은 스트릭랜드와 다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간만에 그를 보고자 하는데 그에게서 병이 심하게 났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생각외로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그를 스트로브 부부의 집에 들이고자 더크는 블란치와 이야기를 나눈다.

'스트릭랜드가 큰 병이 났어요.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더러운 다락방에 혼자 누워있어. 돌바줄 사람 하나 없이. 우리집으로 데려왔으면 하는데'

더크의 말에 블란치는 대차게 거절한다. 

연유는 더크의 작품 세계를 무시하고 괄시하는 스트릭랜드를 아무런 원망없이 천재라는 이유로 들인다는 것이었다. 

격한 이야기 끝에  결국 블란치는 그의 무리한 부탁을 승낙하여 그를 간호하게된다. 

 

'왜 그렇게 처량한 꼴로 어슬렁거리고 있나그래? 나는 명랑하게 물었다.' '스트릭랜드가 내 스튜디오를 쓰고 있거든 '

나는 스트릭랜드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억척스럽고도 자연스럽게 그의 스튜디오를 점유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더크는 그런 그를 제지하지 못할테니깐

'내가 자네 대신 스트릭랜드를 쫓아내줄까?'

'아니 자넨 가만 있는게 나아'

그리고 일주일 뒤에야 비로소 영문을 알 수 있었다.

 

-

두 사람이 거기에 있는데 내가 어찌 돌아간단 말인가? 내가 두 사람한테 스튜디오를 넘겨주고왔단 말야.

-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점유한 스트릭랜드에게 나가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는 곧바로 짐을싸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블란치가..

그를 따라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떠나간 마음은 돌릴 수 없는법 

설득하고 소리쳐도 그녀는 돌아서지 않았다 

억한 감정으로 스트릭랜드에게 쏘아붙여봐도 그에겐 손끝하나 닿지 못하고 

그의 아내 앞에서 볼성사나운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

내가 나가겠소

당신이 그 끔찌하고 더러운 다락에서 살 걸 생각하니 견딜 수 없소,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집은 당신 집이라고도 할 수있으니까.

그는 돈을 넣어둔 서람으로 가서 지폐를 몇 장 꺼냈다.

이게 내가 가진 돈인데 반은 당신에게 주고 싶소 

그럼 잘 있어요 여보 그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주어 고맙게 생각하오

-

 

-

더크 스트로브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꼴은 우스꽝스러웠다. 좀 초췌하고 여위기라도 했더라면 동정을 살 수도 있었으련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

여전히 말쑥한 검은 옷저고리에 언제나 약간 작아보이는 중절보를 멋쟁이처럼 쓰고 다녔다. 게다가 배까지 나오는 중이어서, 슬픔의 흔적이라곤 도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때보다 정신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건 고약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

자살해버렸네

둘이서 어젯밤에 한바탕 싸운 모양이야 그 작자가 나가버렸어.

-

사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었고, 더크는 그녀를 보고자 병원에 살듯이 했지만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져서야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 턱 등의 살갗이 이미 모두 타버린 뒤였었고 일주일도 안가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스트로브는 결국 아내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귀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아내가 죽은 뒤 스트릭랜드를 만났던 일을 나누는데 이 이야기가 꽤나 나는 인상깊었다.

 

스트로브는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둘이 같이 살던 집에 갔다. 

가서 아내의 환영을 보며 침대에서 눈물을 훔치고 화랑에서 스트릭랜드가 그린 그림 하나하나를 보던 와중에

아내의 누드화를 보고 분개한다. 

분노에 못이겨 그림을 찢으려하는 순간 작품의 예술성에 사로잡혀 전의를 상실해버리고 만다 

 

다른 사람(불륜남)이 그린 한 무릎은 세우고 다른 다리는 뻗고 있는 고전적인 자세의 아내의 누드화

슬픔과 질투와 분노가 사로잡는 순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더라도 

그 상황 하나가 큰 몰입감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좌우간 스트릭랜드를 만나 그가 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

그래 스트릭랜드를 만나 뭐라고 했나?

나랑 같이 네덜란드에 가자고 했네

우린 결국 둘 다 블란치를 사랑한 셈이 아닌가. 고향 집에 가면 그가 머물 만한 여유는 있을 테고.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 들을 사귀면 그 사람 영혼에도 큰 득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 네. 뭔가 자기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고

-

 

우연히 스트릭랜드를 만났지만 주인공은 내색하지 않으며 그에게 상종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어떤 매력, 그 스트로브가 입에 닮도록 칭찬했던 그의 그림을 보고자 동행한다.

거기서 처음으로 블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

그 여자는 어느 로마 왕족 집안의 가정 교사였소. 그 집 아 들이 그 여자를 유혹했지. 여자는 남자가 자기와 결혼해 줄 거 라고 믿고 있었소. 그런데 갑자기 거리로 내쫓겨버리고 말았다지 뭐요. 애를 가지고 있던 몸이라 죽어버리려고 했다는구먼. 그때 스트로브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거고. 그래서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된 거요

-

 

나는 여기서 여러 퍼즐이 끼워맞춰줬다.

블란치가 왜 계속해서 말이 없었는지, 스트로브는 무엇때문에 스트릭랜드에게 호의를 베풀었는지 말이다

 

블란치는 소위 과거가 있어 의탁할 정상적인 남자를 찾지 못하였고

키가 작고 맘에 안들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와 결혼한 것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그런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이 계속해서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아 그와 살지만 마음을 열지는 않은...

그런 행색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중에 자신에게 욕망을 갖는 매력적인 스트릭랜드.. 분명 이성적으로 끌렸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로브는 그의 아내가 가치가 떨어져 계산적으로 그를 만났다는 생각을 할만큼 계산적이지않기에

그녀를 받아주었던 것이고 그런 맥락으로 스트릭랜드에게 집으로 들이려는 생각을 한것이다. 

 

 

사실 이후부터는 시간이 흘러, 스트릭랜드가 타히티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소식을 좇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과거를 하나씩 들추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중에선외국 거지로 타지의 섬에서 여겨지다가

그의 사후에 섬에서까지 그의 천재성이 밝혀지고 유명한 화가로 변모되는 이야기도 재미지다 

백미는 그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예술의 완성과, 그의 옆을 끝까지 지키는 어린 신부 아타(스톡홀롬 신드롬..?)이다.

 

 

글쎄...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나보코프의 롤리타, 서머싯 몸의 면도날 처럼 어떤 교훈적인 메세지가 없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높은 차원의 메타포를 활용한 메신저가 있다고도 안보이고 말이다.

 

다만, 스트로브의 이중성을 활용하여 그의 비극을 극대화하는 부분과 

스트릭랜드의 신비감을 고조하는 부분은 가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로브는 과연 멍청한 사람이었던 걸까

순수하다는 것은 곧 멍청한 것일까 

과연 예술때문에 아내를 잃고 예술 때문에 불륜남과의 동행을 권유하는 행위는 멍청한걸까

예술이란 무형의 가치가 그만큼 컸기에 가능한걸까?

예술을 하기위에 가족을 버리고

죽음마저도 잊게 하는 예술이란 무엇인 걸까

그에 대한 의문과 상관 없이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납득시키고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고

그 부분에서 나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사실ㅡ, 달과 6펜스를 읽고 있었다.
잘 몰랐지만 SNS에서 읽을 서적을 찾다보면 서머싯 몸 작가의 책이 꽤나 눈에 띈다
'꼭 읽어야하는 고전'라던가 '내 인생을 바꾼 책' 와 같은 썸네일을 갖고 있는 수많은 글에서 말이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살아남은 소설들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스트릭랜드에 대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도서 예약 요청에 책을 반납할 수 밖에 없었고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ㅡ, 그의 다른 향수를 맡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하고 
찾은 것이 '인생에 굴레에서' 그리고 '면도날'이었다 

기존에 읽던 책들과는 궤도가 조금 달랐다.
내가 읽던 고전들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그것을 내포한 수많은 메타포들의 행진 속에서 
스토리라는 강력한 설득력을 바탕으로 씨실과 날실을 가로지르는 바늘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건 뭐랄까...
인물 관찰 일기? 
내가 쓰는 누군가의 전기? 일대기?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십 몇년을 다른 누군가가 관찰하고, 그것을 음미하는 독자
느낌이 조금 새로운데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색다르게 다가왔다. 




주의깊게 볼 인물은 다음과 같다. 

 

- 엘리엇(파티에 미친자)

- 이사벨(엘리엇의 조카)

- 서머싯(저자 자신)

- 래리(이사벨의 연인)

나는 엘리엇 템플턴이 누군가의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사회적 신분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 템플턴에 대한 몸 선생님의 평가이다.
그는 서머싯이 작가로서 유명세를 타자 친밀감을 내비치고, 보통 때엔 초대 않다가도 기존 파티 인원이 불참한다던가 서머싯이 필요한 자리에나 그를 이용하기위해 초대했다.
그렇게 속물적인 근성으로 서머싯은 그를 표현하지만 한편으론 호의를 베푸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또 한편으론 사교계에서 큰 입지를 갖는 만큼 파티를 구성하거나 예술품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그가 사교계에서 소위 한자리 하게 된 데에 있어서 그의 배경(부모님 직업)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그의 주변인들의 화려한 이름들을 업은 것이 크게 영향을 주었으리라.

 


그리고 어느날  엘리엇의 점심 초대를 받으며 그의 여동생, 브래들리 부인과 그녀의 딸 이사벨 그리고 이사벨의 남자친구 래리 대럴을 처음 만난다.

 

처음만난 이사벨과 래리는 외적으로 매력적이었다.
래리는 나이를 속여서 항공대에 입대를 했지만 전쟁을 마치고 전역을 결정한 청년인데, 이후 직업을 갖으려고 하지 않고 1년이나 쉬고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다음날 브래들리 부인의 초대로 파티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레이 메튜린은 이사벨을 좋아하는 자산가의 아들인데, 이사벨은 그레이가 아닌 래리를 선택했다고 말이다.
아마 이사벨의 어머니인 브래들리 부인이 생각하기에 1년동안 탱자탱자 일을하지않는 래리가 이사벨의 짝이 되기엔 아쉽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나이또래인 소피에게 들은 이야기가 또 별미인데, 실은 그레이의 조부모는 미천한 아일랜드 남자와 싸구려 식당의 종업원이란 것…!)
좌우간, 그레이가 물려받을 증권회사니 뭐니 훌륭한 배경을 이사벨의 등에 얹고 싶은 브래들리 부인….이었다.

“그런데 왜 취직을 안하겠다는거야?”
“왜냐고? 난 돈에 관심이 없어”


래리와 결혼하고자 하는 이사벨, 래리에게 취업을 왜 하지 않는지 묻는다
왜냐하면 결혼은 사랑이기도 하지만 현실이니까
이사벨은 사랑이 중요한 가치이지만서도 외삼촌과 어머니의 말대로 ‘남자는 직업이 있어야한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래리는 입대해서 프랑스에서 복무하며 심경의 변화가 왔다고 애둘러 이야기하며 이사벨의 결혼을 일단 유예하자는 제안을 수락하며 프랑스에 잠시 가서 살겠다고 이야기한다.

이사벨은 특정한 방식으로 교육받으며 자랐고, 또 그러면서 배운 원칙들을 받아들이고 지키며 사는 여자였다. 부족함 없 이 원하는 것은 늘 가지며 살았으므로 돈에 목을 매지는 않았지만,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돈은 곧 힘과 영향력을 의미했고 사회적 지위도 의미했다. 남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남자의 필생의 과업이었다.


서머싯은 이사벨에게 서로(래리와) 사랑한다면 프랑스에 가서 살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이사벨은 애둘러 거절하며, 그가 프랑스에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다면 직장에 다닐 수 있을거라고 대답했다.

‘설마 내가….’
그리고 쓰러져 죽었어요 겨우 스물 둘이었는데, 전쟁이 끝나면 아일랜드에 있는 아가씨와 결혼하려고 그럤는데…

수 시간이 흘러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프랑스에서 복무하며 있었던 일은 전우가 그를 지키기위해 희생하였고, 그때 얻은 트라우마가 그에게 있어 인생의 반환이 된 것이다.
'이 한없이 가볍고 인간의 목숨이란 얼마나 미약한한가… '하며 말이다


[2장]

파리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래리
엘리엇은 이사벨이 사랑하는 래리의 새 시작을 응원하며 파리 사교계의 입성을 위해 그를 도우려하지만
래리는 애써 야회복이 없다는 핑계로 거절한다.

분명 그런 삶에 관심이 없기때문일테다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엘리엇. 그저 화가날 뿐이다.

1년이 지나 엘리엇과 브래들리 부인, 이사벨은 그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갔다

“그레이 메튜린은 어때? 지금도 이사벨을 좋아하고 있나?”


브래들리 부인과 엘리엇의 대화에서 그들은 그레이와 이사벨의 만남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사벨은 브래들리 부인과 래리가 파리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도 취직을 거부할때엔 헤어지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그렇게 파리에 그들은 온 것이고 더불어 이사벨에 대한 래리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한것이였다.

실제로 엘리엇을 파티를 열어 래리를 흔들기 위해 드 플로리몽 부인을 부추겨 그를 꼬득여보자 했지만, 실패한다.
결실은 못맺었으나 이사벨과 래리의 사랑은 분명 진짜 일것이다.

모쪼록 2년이 지났음에도 시카고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 래리, 계속해서 인생에 대한 답을 찾고자 파리에 남겠다 한다.

“그럼 나는? 나는 당신한테 아무 의미가 없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사벨은 나한테 더없이 소중하지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도대체 언제? 한 10년 후에나?”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가급적 빨리하고 싶어”

 

돈없이는 안된다는 이사벨. 1년 3000달러면 충분한다는 래리.
결혼자금이며, 출산하면 그에 필요한 돈이며 서로 이야기 하지만 의견의 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래리, 그거 알아? 당신은 나한테 맞지도 않는 삶을 요구하고 있어. 내가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은 상 말이야 난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구.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난 이제 겨우 스무 살이야. 10년 후면 늙어 버릴 거고,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삶을 즐기고 싶어. 아, 래리, 난 당신을 너 무나 사랑해,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삶은 시시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제발 부탁이니, 당신 자신을 위해서 포기 피. 라리, 당신은 남자니까 남자다운 일을 하란 말이야



둘의 이야기는 꽤나 안타깝다.
줄이고 줄이다보면 서로 사랑하니깐 나아갈 수 있고 진리와 지식에 만족할수 있다는 래리와
편찮은 어머니와 지금의 모든 생활들을 놓을 수 없는 이사벨.
둘의 대화는 꽤나 아프다

 

“엄마를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건 아니니, 이사벨?”
이사벨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전적으로 저 자신을 위해서 그런거예요”



그렇다. 둘은 결국 사랑을 확인했지만, 약혼을 취소했다.
아마 사랑과 결혼은, 아니 사랑과 현실은 다른 것일까 싶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아울러 주지 못하는 걸까
그들의 사랑은 진정한 의미에 다다르지 못한 것일까
책을 이미 다 읽은 나로서도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았다.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은 사랑할 수 있지만
가치관을 버리면서까지 사랑한다는 게 진정한 사랑인걸까

이사벨은 서머싯에게 찾아와
삶에 대한 고찰에 대한 욕구에 함몰된 래리를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며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묻는다
“배움의 길에는 무리와 함께 다니는 늑대도 있지만, 혼자 외로이 걷는 늑대도 있는 법이야. 래리는 스스로 혼자만의 길을 가는 게 맞는 타입인거 같아.”
하지만 그녀는 래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가 이해가 가는 게

그녀말대로 그것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각이니깐 말이다


제안 받은 일자리도 걷어차는 등 돈 벌 생각 없는 훈남이랑
자산가의 아들로서 번듯한 직장의 후계자인 평범남을 고르라면
후자가 정상적인 생각일 것이다

(물론 그레이도 훤칠하고 잘생긴것으로 묘사된다)


[3장]

그로부터 10년동안 나는 이사벨과 래리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정신이 책에 흠뻑 젖어버린다
10년… 무려 10년…
누군가의 삶을 멀리서 휙휙 돌려가며 살펴볼 수 있다는 건 꽤나 자극적이다.

래리는 공부를 하다 조금 쉬어야하겠다는 생각에 광산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거기서 폴란드인 코스티를 만난다.

광산에서의 이야기가 조금 골때리는데,
코스티는 장군의 아들로 기병장교 였는데 밀고에 의해 탄광에 오거나 프랑스의 외인부대를 택해야하는데
탄광을 선택한, 나름 불우하지만 그 뿌리 있는ㅡ 근본있는 집안에서 왔다고 이야기한다.

 

재밌는게

그런 그는 나와 카드게임을 하면 항상 이기기만 해서 의심스러웠는데
다른 이들에게 듣기를, 그는 장교였던 건 맞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광산에 온게 아닌 카드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다가 군복을 벗었다는 것이다.

근데 또 웃긴건 나를 속이긴 했지만 그렇게 나를 이겨서 얻은 돈으로 술값을 냈으며
내가 그의 속임수를 알아채린것을 눈치채자 내게 그 손놀림을 보여준다
그는 그저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것이었다
“우린 그 후에도 밤이면 카드를 하곤 했어요. 전 그가 돈을 따려고 속임수를 쓸는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를 재미삼아 즐긴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를 바보로 만들면서 묘한 만족감을 느낀 거죠. 속임수를 쓴다는 것을 내가 알아채고 있으면서도 그걸 어떻게 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하니깐 그런 상황을 몹시 재미있어 한 거 같아요”

그런 한편, 그는 술에 취하면 나와 지독한 철학와 삶에 대해 토론을 했고
술에서 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동했다
진짜 종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사벨은 래리와 파혼한 이듬해 6월 초순에 그레이 매튜린과 결혼했다


읽고 기분이 묘했다
이사벨 너는 그게 그렇게 되는 거였니..?

그리고 시간이 흐른동안 엘리엇과 브래들리 부인은 그레이의 아버지, 헨리 메튜린 덕에 재산이 더욱 불어났지만, 엘리엇의 가치였던 사교계에서의 그의 입지는 작아만 갔다.
그의 배경이 되어주던 사교계의 뒤축들이 하나씩 나이를 먹고 자리를 감추기 시작했고 폴 바턴과 같은 사교계의 신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쯤 엘리엇은 프랑스의 사교계에 신물이 나기도 했다
그시절 교양인임을 보여주는 불어는 어디가고, 구린 억양의 프랑스어, 식사예절도 모르는 기자들, 그리고 배우들이 파티에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파리에는 활기가 넘치지만, 그것은 조잡하고 천박한 활기였다!

그곳은 그가 30년 전에 정신적 고향으로 삼았던 파리가 아니었다. 훌륭한 미국인이 죽으면 가게 된다는, 그 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1929년 10월 23일, 뉴욕 주식시장이 폭락헀다

그때 그에게서 헨리 메튜린이 사망했고 그레이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
지금까지의 성공에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던 헨리 메튜린은 고객들의 손실에 대해 보호해주려고 했지만, 한정된 자원에 결국 파산하고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그레이가 나서지만 세간살이며 모두 압류당하고 빈털터리가 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투기를 일삼아 부자가 되었던 엘리엇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가을을 로마에서 보내며 바티칸의 지인들이 갖고 있는 주식들을 팔으라고 조언했고 그 조언을 들어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가톨릭은 2000천동안 지혜를 쌓아온 것이 아닙니까' 라며 모두 하느님의 도움이라 말하는 엘리엇...ㅋㅋ 

 

그런 엘리엇은 그레이 부부의 사정을 모른척하지 않고 그들을 리브고슈의 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엘리엇이란 사람은 굉장한 속물이지만서도 그만큼 따듯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몸만큼 드는 것 같다

 

[4장] 

 

 

파리에 그들이 도착하고 얼마안가 이사벨과 10년 만에 재회한다. 

엘리엇과 이사벨은 두어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젊은 아가씨와 중년 남자 사이에 존재하건 거리감을 씻어 서로의 나이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한다.

 

 

갑자기 옆을 지나가던 남자가 내 앞에 멈춰서더니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정말 저를 모르시겠어요?"
"저로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 같군요"
나는 20프랑쯤 주려고 생각했는데, 나를 안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래리입니다" 

 

래리와 이런 저런 근황을 공유하고 저녁식사를 하자 제안하지만 

그는 항상 그랬듯이 다음을 기약하며 사라진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고 

래리가 찾아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메튜린 부부. 

 

아무리 서로들 친한 친구이지만 없으면 못살 것 같던 연인 사이였던 래리와 이사벨 간의 

그렇고 그런 것이 전혀 묘사되지 않고 그냥 오랜만에 본 친구로서만 이야기 되어 조금 의아했다.

 

대관절,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근 없어진 몇년 동안에도 래리는 책과 진리를 찾아 떠났다는 이야기를 무심하게 이사벨 앞에서 이야기한다

 

 

이사벨은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약간은 질리기도 한 것 같았다. 두세 시간 전에 방으로 들어온 래리는 외모도 별로 변하지 않고 예전과 다름없이 상냥하고 솔직해 보였지만, 그녀가 알던 래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래리 말이다. 이사벨은 과거에 그를 잃었다.
당연히 예전의 래리를 그 모습일 거라 생각하며, 그가 아직 자신의 남자라는 느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약간 당황스러웠다. 마치 햇살을 손에 쥐어보려 애써도 잡자마자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후에 이사벨과 자주 만남을 가지며 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직도 래리를 사랑하는지

그럼 왜 그레이와 결혼 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사벨의 대답들이 조금 이기적이고 불쾌하게 들린 부분이 많았다.

래리를 미친듯이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적 없지만

결혼은 꼭 해야했고 그레이가 나를 좋아하니깐 결혼은 했다라... 

 

둘은 옥신각신한다 잠자리 이야기며 이혼이며 뭐 그런

요지는 그것이었다. 

이사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시인과 같은 감성', '잠자리에서의 열정'이고

그레이가 그것을 모두 충족해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선택지 일텐데

대체 어떤 부분이 래리에게 있느냐고 하며 이야기한다

 

서머싯은 키츠의 시를 인용하며 '사랑에 빠진 용감한 여인이며, 당신은 결코 입 맞출 수 없으리라.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할뿐'이라고 이사벨에게 이야기한다

아마 이사벨이 래리에게 구애하지만 그 목적에 다다를수 없음을 시구를 표현한 것 일 거다

이에 이사벨은 여자가 남자를 잡는건 처음 잠자리를 가질 때가 아니라, 두번째가 중요한 거라고 표현한다

파리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며 결국엔 실패했지만 목표에 가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인 것일까 

 

나름 그 큰 맥락에서의 이야기는 멋있지만, 이사벨의 모든 말은 그저 변명처럼 밖에 들리지 않았다.

많은 것들을 쥐기 위해 자칫 부도덕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에 정당성 부여하려한달까 

 

그리고 이사벨의 돌발 질문

 

"래리가 숫총각일까요"

"이사벨, 그 친구 벌써 서른둘이야"

"분명히 숫총각일 거예요"

"어째서?"

"여자라면 그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거든요."

'나는 여자의 직감을 믿지 않는다. 여자의 직감은 그 여자가 믿고 싶어하는 것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기떄문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이후엔 수잔 루비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항상 화가들을 돌아 만나며 그들에게서 의탁하며 10여년을 지낸 사람인데 래리와 친분이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 스스로가 메타인지를 잘하는 모습에 있어서 꽤 현실적이지만서도, 평범한 삶을 사는 내겐 조금 이질적인 면이 있어 흥미로웠다.

 

 

 

[5장]

 

그들(메튜린 부부와 래리)과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목격한 일이다.

조수석에서 손을 뒤로 뻗은 래리의 강인한 팔뚝을 보며 안달복달 못하는 이사벨의 모습을 말이다.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듯 미동도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의 얼굴에서 그토록 강렬한 욕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색욕의 가면같았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그토록 방자하고 음탕한 표정이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마치 교미 중인 암캐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로 말이다. 

 

하이라이트를 치는 이유는 그 표현이 강인한것도 있지만

이사벨은 래리를 원한다는 맥락에서 독자로 하여금 전달이 강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이사벨의 요청에 뒷골목의 술집에 다같이 놀러갔고 

거기서 이사벨, 래리의 시카고 친구인 소피를 맞닥뜨린다

 

소피는 뒷골목 술집에 완전히 동화되어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

이사벨이 말하길 시카고에서 남편과 아들과 같이 생활하다 가족을 잃은뒤 유럽으로 넘어와 타락했다고 한다

이에 안타까워 하는 래리, 그녀는 책도 많이 읽고 시도 쓰는 친구 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가을이 되고 이사벨은 갑작스럽게 서머싯을 부른다 

이유인 즉슨 래리가 창녀 소피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이사벨은 마치 자기가 소피와 결혼하는 것 마냥 화를 낸다 

아침부터 밤까지 깡패같은 놈들과 자는 사람과 왜 결혼을 하냐고 

서머싯은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더러 있다고 소피를 두둔하며 래리가 그녀의 병든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시 또 화내는 이사벨 

내가 그 꼴을 보려고 그레이랑 결혼하고 모든걸 포기한 줄 아세요? 하며 말이다

서머싯은 팩트 폭행을 갈긴다

"거짓말은 그만두라고, 이사벨. 네가 래리를 포기한건 다이아몬드와 모피 때문이었잖아"

 

이사벨은 접시를 집어던지고 두번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서머싯 선생님은 '유감이군, 나는 이사벨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말이야' 하며 화제를 돌려 그녀를 웃음을 이끌어내는데에 성공한다 

'그는 순수한 아이로만 알고 있던 여자가 타락한 것을 보고 그 여자의 영혼을 구하고픈 욕구에 사로잡힌거야. 이사벨 말이 옳아. 래리는 지금 가망도 없는 일을 하려 드는 거라고 생각해'

 

이야기가 정리되고 이사벨은 소피와의 식사자리 마련을 서머싯에게 부탁한다

 

서머싯은 파티를 주선했고 거기서 예비부부의 신혼여행 장소라던가 그런 담소를 나눈다

 

그리고 2주후, 엘리엇에게 결혼식은 어땠냐고 묻는데

엘리엇이 말한다. "결혼식 못했습니다. 결혼식 3일전에 소피가 사라졌어요"

그에 대한 이사벨의 반응을 물으니 

이사벨은 래리가 그런 여자랑 결혼하면 안됐다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 잘못된 기사도 정신이라고 때문이라 말했다고 한다.

보란듯이 의기양양할 이사벨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1년이 또 지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다만 엘리엇의 건강이 나빠졌고, 그럼에도 사교계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그의 모습은 왠지 가엾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6월 소설 초고 작업이 마무리 될 부렵 항구 근처에서 

소피를 우연히 만나 그녀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는다

 

"막상 결혼 날짜가 다나오니까 예수 그리도 같은 스 사람한테 막달라 마리아가 되어 줄 수 없을 것 같더라구요 자신이 없었어요 선생님"

 

그날, 시카고 출신 친구들이 모인 날, 연회가 끝나고 이사벨이 웨딩드레스를 맞추는 것을 도와주려고 했던 그날

갑작스럽게 이사벨이 자취를 감췄고, 

래리와의 약속을 어기고 술을 하게 된 것이다(물론 더 디테일한 그런 일이 있다)

그렇게 오랜만에 술을 한다는 고양감, 이사벨이 바람맞힌 걸지도 모른다는 배신감 그리고  바늘도둑이 될 바에야 소도둑이 되겠다는 심보가 합세하여

술을 비우고 이곳 항구 부근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정했던 옛 친구. 그의 인생이 얼마나 헛되고 어리석고 보잘 것 없었는지를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왔다. 수많은 파티에 참석하면서 그 모든 공작, 백작들과 허물없이 지냈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그를 잊었으니깐"

 

엘리엇이 삶을 마감했다. 

임종까지 연회에 울고 웃는 그의 모습은 꽤나 우스울 수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광적이라숭고하기 까지 했던 것 같다

다만, 그가 이끌고 또 반겨줬던 사교계가 그를 외면하는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서머싯은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던것 같다 

아무렴 그럴 수 밖에.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그 가치는 계속해서 유지되는 게 아니니깐.

 

[6장] 

 

그리고 두어 달 뒤 프랑스 극장 휴게시간에서 래리와 마주친다.

래리와 식사를 하며, 여기서 광산과 농가 이야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3장 이야기가 시간상으로는 뒤의 이야기였던것)

여기선 래리가 그동안 무엇에게서 고통 받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하느님은 당신의 영광을 위해 이세상을 창조했다고. 하지만 그건 그리 가치있는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토벤이 자신의 영광을 위해 교향곡들을 만들었을까요?"

"아이들이 자기 아버지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오히려 낳아놓고 제대로 못먹이거나 안먹이면 우린 그런 사람을 비난합니다 전능하신 창조주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지만 가장 크게 저를 괴롭힌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죄악에 대한 선입견과 타협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죠. (중략) 그들의 범죄가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고,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하느님이더라도 아무리 질이 나쁘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에게 영원한 저주를 내리진 않을 겁니다."

 

더 나아가 세비야에서의 이야기(수잔 이야기 등)를 넘어 인도이야기까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윤회에 대한 인도 사상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정확하게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엔 가진 재산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돈을 모아 낮엔 택시를 운전하며 밤엔 진리를 찾아 떠날거라고

 

[7장] 

 

그로부터 반년 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소피라는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신원확인을 부탁한다고 말이다.

래리와 만나 장례를 치르지만

그는 매정하게도 이사벨에 대한 이야기를 일체 꺼내지 않았다.

그녀와 약혼을 했었다는 사실 조차 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서머싯은 며칠후 이사벨을 만나러 파리로 간다. 

 

"범인은 잡았데요?"

"아니. 하지만 난 범인이 누군지 알지. 내 생각엔 네가 소피를 죽인 것 같은데."

이사벨의 얼굴이 굳어지는 듯 했다.

...

"좋아요. 진실을 알려드리죠 일부러 그랬어요 다시 그떄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소피가 래리랑 결혼 하는 걸 막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했잖아요 선생님은 아무것도 안하셨어요. 선생님이 신경도 안쓰시기에 제가 신경 쓴거예요. "

"엘리엇 삼촌이 그 빌어먹을 폴란드 리큐어를 갖고 법석을 떨떄 좋은 생각이 떠올랐죠.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술인척 연기를 한거예요. 그래야 소피가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유혹에 넘어갈 테니까요"

...

"래리한테 말 안하실 거죠?"

"그런걸 어떻게 얘기하겠어?"

"맹세하실수있어요? 남자들은 믿을 수가 없거든요"

"안하겠다고 약속할게 하고 싶어도 이젠 기회도 없을 걸. 평생 그 친구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래리가 선택한 운명이 이사벨의 방해를 받은 것이었고 

이사벨의 목적(래리가 소피와 떨어져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자 하는)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애궂은 소피는 죽었고 이사벨은 목표를 잃었으며, 래리는 망가진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제 진짜 그 사람을 잃은 거군요"

 

 

 

재밌게 읽었다

다시 한 번 훑으니 감정의 선이 굉장히 잘 표현됨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수작임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보코프의 롤리타처럼 책으로부터 어떤 의미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엘리엇의 집착같은 사교계에 대한 집착 갈망

-이사벨의 래리에 대한 비이성적인 집착 갈망

-래리의 진리에 대한 집착 갈망

 

음... 역시 잘 모르겠다.

다만 박범신 소설가님의 은교 처럼 

누군가가 선택했다고 살고 있는 삶이 사실 누군가에 의한 작위적인 것이었다는 것은 

매우 좌절스럽고 답답한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관찰자인 서머싯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런 삶을 보낸 사람은 없다.

 

그레이는 만족할 지 몰라도 래리의 대체제로서 이사벨에게 기능했고

래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순례길이 이사벨에 의해 파괴당했으며

이사벨은 사랑하는 사람을 끄끝내 잃었다

엘리엇도 자신이 온 시간을 바쳐온 사교계로부터 외면받았고 말이다(그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제일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흐음.. 

역시 소설이 말하고 싶은 바는 역시 모르겠지만.. 그 결말도 전개도 만족스러웠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잠깐 가름끈을 잠깐 놓으려한다.

아마 한달 정도 있다가 오려나~

시집이나 잠깐 잠깐 읽다가 

다시 돌아오겠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 안나 카레니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파과, 위대한 개츠비, 칠드런 엑트, 이방인

읽고싶은 많은 책들이 있기에 힘든 시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

 

 

 

취직한지 넉달이 다다랐다. 
그럭저럭 재미없는 회사 생활 이어나가며 내가 출근시간에 놓치지 않고 해나가는 것이 있다.
바로 너진똑 영상 재탕.. 또 재탕하기...!

시간 계산 실패로 한 시간 일찍 출근하여 텅 빈 출근 거리

 
 

 
이번 영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며 이 영상을 보았을땐 너무 재밌다... 였다면
 
퇴근하며 이 영상을 곱씹으며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했겠구나 하는 순간과
내가 마음이 불편했을 때의 순간이 이어지는 감상을 받았다. 
 
인간은 정답이 없는 것에 정답을 찾아가는 존재라고 
나는 들었고 또 거기에 공감을 한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정의와 정답을 갖고 있고
그것들을 두 손으로 꽉 붙잡고 서로를 겨눈다.
당연한 이치이다.
우린 그런 존재이니깐 
 

'24.08.07


대학교 시절에 자전거를 수리하는 선배가 있었다.
나는 그를 숫기가 있고 총명한 매력이 있다고 느꼈지만서도 이성이 그를 남자로서 매력을 느끼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또 그가 자기만의 세상이 분명하고 여자에겐 큰 관심이 없는지 알았기에,
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놀랐다.
 
항상 궁금했는데
그는 과연 어떤 여자를 만나고 있을까 
그는 어디서 그런 내성적인 여자를 만났을까
 
어느날 술자리에서 분위기가 올라 지금이다 싶어 나는 물었다
'여자친구는 어떻게 만났어요?'
'앱으로 만났어요. 요즘 앱이 잘 되어있더라구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놀랐다.
그가 그런 데이팅 앱을 사용했다는 것과
그렇게 만난 사람과 교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것이 그에 대한 평판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나는 적잖이 놀랐었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직접 만나보지 않고  SNS를 통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게 처음은 아니었다.
20살 때 동갑인 여자애가 대뜸 남자친구를 사겨와서는
SNS에서 만났다고 이야기 할때의 비슷한 생각과 감정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 흐른 지금 
내가 지금 그들과 비슷한 만남을 하고 있다.
 
타지에서 사람 만날 일이 없어서,
사람이 고파서,
직장사람들과 만나기엔 나이차이가 있어서,
그들에게 소문이 잘못날까 두려워서,
갖가지 핑계로 그들과의 만남을 사무적으로 만들고 도망치고 있다. 
 
그리고 도망쳐서 도착한 곳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데이팅앱
 
물론 데이팅앱에서 만난 적은 없고 오픈채팅방을 통해 알게된 인연으로 가끔 만나 술을 걸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이 나쁜가? 나는 테니스 칠 사람도 오픈채팅방으로 많이 구해봤는데 말이다.
사람이 고파 사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맨게 죄란 말인가
앞선 이야기에서 선배도 20살 여자애도 잘못한게 없는데 말이지 
 
자연스럽게 만날 구실을 찾지 못해 스스로를 좀먹고 방구석에 나앉는 것이 
진정 인간됨이란 말인가? 
높은 확률로 잘못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새로운 관계를 개척하려는 것이 잘못된 인간됨이란 말인가?
 
그저 관점이 다르고 정말 그냥 다른 것일 뿐이다.
 
 
그런데 다시 돌아와서 왜 SNS를 통해 사람을 오프라인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부정적인 걸까?
그것의 기원은 모르겠으나 
분명한건 SNS를 통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이라는 것이고
그것이 Main Stream,  주된 생각, 주류라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친구들을 사귀었다 라는 것을 
회사사람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내가 그렇게 활동하는 것을 보았다고 내게 직접 이야기 했는데
그 의도가 무엇이었던 나는 당시에 그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웠다. 
 
나는 왜 부끄러웠을까
그리고 그는 내게 그런 행위는 잘못된 것이야 하며 계도하려 이야기 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반가웠어서?
 
언제는 다른 팀원이 내게 비교적 업신거리며 '오픈채팅방에서 사람들도 만나면서~~'로 내게 이야기를 꺼낸적이있다
그는 그런 행위에 대해서 나를 은연스럽게 힐난하려한 것일까 
 
그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행위에 대해 나는 매우 떳떳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앞선 선배나 20살의 그녀처럼 말이다.
 
주류에 있는 사람들은 '다수'라는 강력한 배경을 업고 
도덕적으로 정신적으로 우월하다고 느끼면서
비주류에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훈계하고 탄압한다
 
나도 주류라는,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색안경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그들에게 불편함을 어떤 형태로도 주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간절하고 주어진 기회에 가능성을 붙잡았을 뿐일텐데 말이다.
 
아마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임을 인정해야한다는 말은
넓게는 아마 이런 맥락도 포함하는 것이겠지 
 
편협한 가치관으로 그들을 판단하지 않도록 
나는 더 많이 배울 것이고 더 많이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정답이 없는 문제에 계속해서 정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어떤 의미가 있을 지 의문이 드는 퇴근길이었다.
 
 
 
 
 
 
 
 

 
'[가름끈]부활(상)- 톨스토이'에서 부터 이어집니다..
 

나리가 주인이시니까 나리께서 나누어주시면 되는 겁니다. 이 러쿵저러쿵 말할 게 뭐 있습니까? 나리 마음대로 하세요" 하고 성 난 노인이 말했다.
네홀류도프는 자기 얘기를 가로채는 노인의 말에 어리둥절했으나, 그 말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자기 혼자만이 아니라는것 을 알고 마음이 흐뭇해졌다.

 
두번째 마을에서의 일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땅을 나누어주면 어떻게 하겠냐는 물음에 마을 주민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의견들은 이러했는데,
'모든 사람들은 평등하니 평등하게 나눠야한다.'
'밭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땅을 받는다니, 부당하다.'
'그럼 농사짓는 사람에게만 주자.'

화두를 던지니 그들이 앞다퉈 자성하는 모습에 네흘류도프는 흐뭇하다

그러면서 그는 헨리 조지의 단일세 안을 제시한다

안이란 이렇다.

토지를 분배하되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토지세를 공동비용으로 지불하고
좋은 토지와 안좋은 토지의 토지세를 차등한다는 것이다 .
그러면 모두가 토지를 갖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낼테니깐

사실 쉬운 이야기이지만, 그 공동비용을 착취한 토지주가 있기에 불가능했던 이야기이다.
다시말해 시스템이 농민들을 옭아맸던 것이다
그들에겐 죄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회의를 마치고서도 흥분에 사로잡힌 채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러쿵 저러쿵 토지에 대한 각자의 의견에 꽃을 피우며 말이다.


이후 감옥 근처에 집을 마련한 네흘루도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예전에 같이 군복무를 하며 카투샤의 집(고모집)에도 찾아 갔던 셴보크를 만난다.

나도 저랬을까?' 변호사의 집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네흘류도프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렇다. 꼭 저렇지는 않았더라도 저렇게 되려고 노력했고, 또 한평생 저렇게 살아가리라고 생각했었다.'


셴보크는 부잣집의 후견인으로 재산을 관리하며 돈을 어떻게 불렸고 그런 일을 자랑한다.
자신이 카투샤를 만나 회개하지 못했다면 저렇게 돈을 위해 누군가를 수탈하고, 그런것들을 자랑하며 그리고 경마를 하는 등 향락과 쾌락을 좇는 생활을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그렇게 그는 과거의 미래를 타인을 통해 엿본다


집사람하고는 아시는 사이죠? 꼭 와주십시오."
"네, 되도록이면."
네흘류도프는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느끼며, 되도록이면 토요일 밤에 변호사 집에 모이는 학자나 작가, 예술가들의 서클에 가담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재판관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법률을 적용할 수도 있고 적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 재판소는 무의미할 것이라고 네흘류도프가 말했을 때, 변호사의 그 비웃음과 '철학'이라든가 '일반적인 문제'라고 말하던 그 어조는 변호사나 그의 동료들이 모든 면에서 네흘류도프 자신과 얼마나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말해주었다. 네흘류도프는 셴보크 같은 옛 친구하고는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변호사와 그의 동료들과의 거리는 그나마 한층 더 멀다고 느꼈다.

 
네흘류도프는 카투샤의 요청(억울한 옥살이를 사는 이들을 도와달라는)에 응하며 변호사 접견을 한다

그런데 변호사는 공작이라는 이유로 나를 먼저 만나주지만 나를 순수한 애마냥 취급한다
그 이유인 즉슨,  감옥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을 모두 믿고 들어주는 호구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는 이야기한다. 판사도 검사도 자유주의적 인물로 보통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우리네 모두가 감옥에 가지 않는 건 그들의 자비 덕분이며, 법률의 적용과 부적용은 모두 그들의 ‘자유재량’에 달렸다고

그러며 네흘류도프는 생각한다.
내 그 썩어빠진 뻔한 미래를 보여준 셴보크 보다도 이런 법조계, 정치판이 더 지저분하다고
 
다시 카투샤가 수감된 감옥으로 돌아와서..
그녀는 당연하게도 네흘류도프를 원망하고 그의 어떤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렇지만서도, 최악을 피하기 위해서 차악을 선택하는 것 마냥
카투샤는 네흘류도프를 혐오하면서 그의 의도대로 행동하게된다 

그동안 왜 그런 생활을 집어치우지 못했을까! 더욱이 원인은 모두 그에게 있었다. 그러자 다시금 그녀 마음속에는 그에 대한 옛 날의 원한이 홀연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그를 욕하고 책망해주고 싶었다. 그녀는 오늘 다시 한 번 그를 향해, 나는 당신 뱃속을 환히 꿰뚫고 있으니까 당신 마음대로는 되지 않을 거예요, 육체적으로 이용을 당했어도 정신적으론 이용당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의 그 관대한 마음씨의 이용물이 될 수는 없어요, 하고 왜 말해주지 않았을까. 그 기회를 놓친 게 분했다.

이처럼 자신을 가련하게 생각하고 네흘류도프를 쓸데없이 원망하는 마음을 씻어버리기 위해 그녀는 술을 마시고 싶었다. 감옥이었다면 그녀는 맹세를 어기고 술을 마셨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여기서 술을 구하려면 조수에게라도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그녀는 그 조수가 두려웠다. 노상 그녀를 집적거렸기 때문이다. 이제 사내하고 관계하는 것도 그녀로서는 진절머리가 났다.

 
카투샤의 죄에 대한 합법 여부를 살펴보지만, 그와 그녀의 의도대로 원심의 파기가 이뤄지지 않는데
그에 대한 이유가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들다. 
법이라는 것은 원리와 원칙에 의해 다뤄지고 정의로워야할 텐데 말이다
법리라는 것이 그네들의 기분과 명예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평의실에서는 의견이 둘로 갈라졌다. 볼리프는 원판결 파기를 주장했다. 일의 진상을 이해하고 있었으므로 원법정의 형편과 배심원들의 착오를 자신이 매우 정확하게 이해한 대로 동료들에게 생생히 설명해주면서 역시 원판결 파기를 진지하게 주장했다. 니키틴은 법 전반의 엄정함과 엄격한 형식주의를 옹호하며 반대 의견을 말했다. 사건 전체가 스코보로드니코프의 한 표로 결정되게 되었 다. 그런데 그는 상고 기각 편에 섰다. 이유는 주로 도덕적요구 때문에 이 여자와 결혼하려는 네홀류도프의 결의가 그에게는 다시없이 불쾌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유물론자이자 다윈주의자인 스코보로드니코프는 모든 추상적 도덕성의 표시는 물론 심지어 종교적 현상까지도 경멸해야 할 무지로 보았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까지 모욕이라고 생각하는 사내였다. 한 매춘부를 둘러싼 이런 큰 소동이라든가, 그녀를 변호하기 위해 유명한 변호사와 당사자인 네흘류도프 자신이 원로 원으로 왔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특히 불쾌했다. 그래서 그는 턱수염을 입에 물고 얼굴을 찡그리면서, 자기는 이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상고 이유가 불충분하다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상고 기작이라는 위원장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사뭇 자연스러운 태도로 말했다. 이리하여 상고는 기각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원죄의 파기는 네흘류도프의 도덕적인 우월성을 의미했고
동시에 법적인 시스템에 구멍이 나있음을 증명하는 셈이니만큼 질투나고 인정하기 싫은만큼 기각한 것이다.
또 시스템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여기서 부결나면 끝인 셈이니깐..

네홀류도프는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가 슬퍼한 가장 큰 이유는 원로원의 기각이 죄 없는 마슬로바에게 떨어지는 무의미한 고통을 더욱 확실하게 했으며, 이 기각이 그녀와 운명을 연결하려는 자신의 변함없는 결의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변호사가 그토록 신이 나서 떠벌려 지배적 악의 가공할 만한 이야기와 한때는 상냥하고 솔직하고 고귀했던 셀레닌의 떼밀어 내는 듯한 차갑고 불쾌한 시선이 자꾸 떠올라서 그의 슬픔은 한층 더 심해져갔다.


카투샤의 석방을 바라며 원로원에 항소신청을 한 네흘류도프, 하지만 기각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의 친우 셀레닌이 기각하는 편에 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셀레닌과 그런 이야기를 나눴지만, 피고의 원죄가 없다는 것과 별개로 재판의 정당함은 건재하고 정상적이었으므로 원심의 파기를 사뭇 인정할수있는 것은 사법시스템의 불완정성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기각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순수하고 청렴했던 시절의 셀레닌을 기억하는 네흘류도프는 지금 그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낀다.

셀레닌은 남들의 기대에서부터 비롯되는 신념, 요구받는 신앙, 그런것들을 두 손 힘껏 쥐었기에 고통받았었다. 그렇기에 시간이 흘러 그런 가치에 대해 중요성을 잃은 나머지 되려 그런 ‘가치’들이 ‘잘못’된 것이라 느끼고 변한것이다.

멀리서 보면 그냥 일을 열심히하는 셀레닌 정도로 해석될수있으나 그의 일대기를 보면 사뭇 달라보인다.
여기서 나는 그런 가치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굴복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흘류도프는 생각이 많다
그럴때마다 가끔 만나는 마리에뜨의 이쁘고 사근사근하면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모습이 참 아리따워보인다.

그날 밤 네홀류도프는 자기 방에서 홀로 자리에 들어 불을 끄고 나서도 오랫동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마슬로바의 일이며 원로 원의 판결, 그리고 그녀를 따라가겠다는 자신의 결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 포기 따위를 생각하고 있는데, 돌연 그러한 문제에 대한 답 인 양 언제 또 만날지?' 하고 말했을 때의 마리에트의 얼굴과 한숨 과 눈초리, 그리고 웃음 따위가 마치 금방 눈으로 본 듯 선연히 그려 져 그 자신도 빙긋이 웃었을 정도였다. '시베리아로 가는 것이 옳은일일까? 그는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이 모두를 대뜸 생각해보기만 했을 뿐 그것을 생활에 실행 해나갈 만한 힘이 없다, 좋은 일을 했는데 후회하는 처지고 보니.'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그는 자기 자신에게 오랫동안 맛본적 없는 슬픔과 절망의 감정을 느꼈다.

 
항소를 위한 원심의 파기 계획이 물거품이되고 패배감을 느낄 쯔음, 백작 부인과 마리에트의 마차를 마주한다
거기서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정력적인 젊은 그녀의 모습에 그는 마음이 동한다.

마슬로바, 원로원의 판결, 그녀를 따라가겠다는 그의 결의,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포기 등
다뤄야할 일은 많지만 어느것 하나 정리된 것이 없었다.
하나의 일은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고 거기에 흔들리는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 나약하기만 한것이다

네홀류도프는 마리에트가 무슨 할 애기가 있다고 했기에 그 말을 꺼내리라 기대하면서 앉아 있었으나,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 았고 또 말하려는 눈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농담조로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 연극이 네흘류도프에게는 특별한 감명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성싶었다.
네흘류도프는 그녀가 자기에게 아무 용건도 없고, 다만 어깨와 까만 점을 아낌없이 드러낸 야회복 차림의 아름다움을 남김없이 그 에게 보이고 싶었을 뿐임을 깨달았다. 그에게는 그것이 즐겁기도 하고 동시에 싫기도 했다.

 
온도가 달랐다. 라고 표현하기엔 의미가 다르다
나에게 집중하는 그녀는 '나를 좋아해서'인 것보다도 
'나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고 싶어서'가 맞을 것이다. 
 
으레 여자라는 속성이 그렇듯이 
나의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남의 손을 쓰려는 것에 대한 비겁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생각이 내비친걸까
아니면 그냥 그런 모습을 뽐내고 싶었을 뿐인 마리에뜨의 그런 단순한 생각에 혐오감을 드러낸걸까

거리를 지나 집으로 오는 길에 그는 자기 앞에서 걸어 가는 도발적인 옷차림의 매우 몸매 좋고 키가 큰 여성에게 눈길이 갔다. 네홀류도프도 그녀보다 바쁜 걸음으로 그녀를 앞질러서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짙게 화장한 얼굴은 아름다웠다. 
그러자 우스꽝스럽게도 네홀류도프는 순간적으로 마리에트를 떠올렸다. 아까 극장에서 느낀 것과 똑같은 매력과 혐오의 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당황한 네홀류도프는 그녀를 앞질러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면서 모르스카야 거리로 꺾어 들었다. 

'내가 극장에 들어갔을 때 그 여자도 역시 저런 웃음을 던졌지." 그는 생각했다. 그 웃음도, 지금 이 웃음도 의미는 마찬가지다. 다른 것이라면 다만 방금 그 여자가, 내가 탐나거든 돈으로 사고 소용 없으면 그냥 가세요, 하고 털어놓고 깨끗이 말한다는 점뿐이지. 저쪽 여자는 사뭇 자기는 그런 것 따윈 생각지 않으며 고상하고 세련된 감정으로 살고 있는 체하지만, 밑바닥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쪽은 적어도 정직하고 저쪽은 거짓말쟁이인 거야. 그뿐만 아니라 방금 그 여자는 가난 때문에 별수 없이 그런 환경에 빠져들었지만, 그 여자는 아름다운 동시에 더럽고 무서운 정욕을 희롱하며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거리의 여자는 더럽다기보다 갈증을 느끼는 사 람들에게 내미는 냄새 나는 구정물 같지만, 극장에 도사리고 앉은 그 여자는 걸려드는 사람들을 알지 못하는 사이 독살해버리는 독물과도 같다.' 네홀류도프는 귀족단장 부인과의 추악한 관계를 떠올렸다. 그러자 부끄러운 마음이 울컥 치밀었다. 인간 속에 있는 야수성은 흉악한 것이다.' 그는 생각했다. 그 야수성이 그대로의 모양으로 나타날 때, 인간은 높은 정신적 차원에서 굽어보고 멸시하기 때 문에 타락하거나 안 하거나 간에 이전의 자세를 견지할 수 있다. 그 러나 그 야수성이 겉치레만의 미적이고 시적인 감정의 껍데기를 쓰고 타인의 존경을 요구하게 되면, 인간은 그 야수성을 숭상하여 온통 빠져버려서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네흘류도프가 속죄하고 성찰하는 순례의 길 위에있지만 그 역시 그저 한낱 죄많은 인간
구정물이니 독극물이나 하지만 그도 사실 별반 다르지 못하다는 걸 알기에 얼굴이 붉어진다

사실 그런 부분도 그렇지만 나는 여자에 대한 톨스토이의 생각이 꽤나 내가 갖고 있는 것과 같다.
플루이드 지그문트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몇십년동안(?) 여자에 대해 연구했지만 알게된 건 그들이 뭘 원하는 지 잘 모른다는것이다.
그리고 나는 짧은 삶에서 느낀 바가 있다면
여자는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리에트의 그것은 아마 솔직하지 못한채 그저 내색하고 있을 뿐이다.
잘못된 성관념이긴 하지만
괜히 ‘싫어요 하지말아요’가 어떨때엔 긍정의 의미로 해석되는 여지를 그들이 남기는 것이다.
물론 자기멋대로 해석하는 남자들이 문제지만 문제의 상황과 맥락을 혼동시키는 매개는 그들에게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나는 그런 것들을 재미로 여기고 유용하게 잘 사용하지만

좋지 못한 의도 아래, 누군가를 종용해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고
수틀리면 ‘난 아니었는데?’ 하는 족속들은 분명한 독극물이 맞다

아마 톨스토이는 이런것에 진저리가 난 것이리라.
 
덧붙여서, 똑같이 매력을 뽐내는 행위에 대해서, 돈을 위해 하는 행위과 오롯이 쾌락만을 위해 하는 행위 어느쪽이 더욱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시하는 행위일까.
 
그의 생각을 빌려 날것의 모습을 한 야수성이 한꺼풀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사람 속을 배회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물 속에 독을 푼것일 것이다. 
제일 무섭고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행위들을 그들은 무지한 자들에게 교사하고 있는것이다.
 
 

자. 이제부턴 어떻게 한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나는 아직도 그녀한테 매여 있는 걸까? 그녀의 이러한 행동으로 나는 이제 그녀 에게서 풀려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러나 이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는 순간, 만약 자기가 해방된 기 분으로 그녀를 버린다면 자기 바람처럼 그녀를 벌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벌하는 것뿐임을 깨달았다. 그는 두려워졌다.

'내 양심은 내가 저지른 죄를 보상하기 위해 자유를 희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록형식상으로나마 결혼을 하고 어디로 유배되든 그녀를 따라겠다는 내 결의는 언제까지라도 변해서는 안된다.‘

 
원로원의 도움을 받지못한 네흘류도프,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마슬로바가 있는 병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마슬로바는 병원에 없다고 수위가 알려준다.
병원에 일을 도우며 복역하는 것이 감옥에 있는 것보다 나은 생활을 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그녀를 이쪽에 보낸것인데, 그녀가 의사의 조수와 그렇고 그런 일로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수치스럽고 고통스런 네흘류도프…
그녀를 위해 노력하는 그를 이용해먹고 타락해버린 그저 한 창녀의 놀음에 보기 좋게 당한 걸까?
병원 수위로부터 치욕스러운 이야기를 그녀를 보기위해 힘든 걸음한 귀족남자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걸까
이렇든 저렇든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고

‘이것이 나의 행동의 대한 그녀의 답변이라면 나의 이 속죄는 빛바랜 것이 아닐까’ 하는 그의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는다.
그녀의 그런 그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의 기개는 비범하다.
참으로 비범하다 인간이지만
인간의 그것을 초월했다.

사내와 정을 통했다는 누명으로 병원에서 내쫓긴 것 이 마슬로바는 특히 원통했다.

그따위 여드름투성 이 조수조차도 그녀를 능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냉정하게 거절을 당하면 도리어 놀란 듯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 그녀에게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었고, 그녀 스스로 제 몸에 대한 연민과 슬픔을 느끼게 했다. 오늘도 그녀는 네흘류도프를 만나는 대로 부당한 누 명에 대한 변명을 해보려고 했다. 언제든 그의 귀에도 들어갈 일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명을 시작하려다가, 그래 봐야 그가 믿지 도 않을 테고 자기변명이 도리어 그의 의혹을 확증해주는 데 지나지 않을 것 같아서, 눈물이 목구멍으로 솟구침을 느끼며 입을 다문었던 것이다.

마슬로바는 두 번째 면회 때 네흘류도프에게 자기 입으로 분명 히 말했듯. 자신은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았으며 미워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또 그렇게 믿어왔다. 그러나 그녀는 벌써 오래전부터 또 다시 그를 사랑하게 되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바라는 것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차츰 실행해가고 있었다. 술도 담배도 끊었고, 교 태 부리는 짓도 그만두었고, 간호 조수로 병원에도 들어갔다. 결혼 하려 드는 희생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그가 말을 꺼낼 때마다 그토 록 깨끗이 거절해온 것도 자기가 일단 입 밖에 낸 자랑스러운 말을 되뇌어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신과의 결혼이 그를 불행하게 하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의 희 생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있었으나, 네홀류도프가 자기를 경멸하며 여전히 옛날 그대로의 여자로 여기고 자기 마음속 이 생긴 변화를 알아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그녀는 가슴이 미어 지도록 괴로웠다. 지금 네홀류도표는 그녀가 병원에서 무슨 망축한 것은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일이 그녀에게는 징역형 최종 판결이 내렸다는 소식보다 더 괴로웠다.

 
글을 읽으면서 목이 메였다.
네흘류도프는 그런 수치심과 고통을 끌어안고 그녀를 노려봤지만 자기의 양심이 이끄는대로 자유를 희생했고
마슬로바는 그의 사랑과 희생에 부응하려고 하였으나 그렇게 하지못한 스스로에게 자책하며 그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변명을 입 밖에 두지 않았다.
자신이란 존재가  그에게 도움되지 않을 수 있으니깐

아아…
너무나 애처럽다 애틋하면서도 절망적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마음에 있어서 자리하고 있는 위치는 다르지만 방향이 같다는 느낌이
나의 그런 기분을 상기시킨다

이 소설에서 읽으며 그냥 감정적으로 가장 동했던 부분이다.
나중에 이런 일이 내게도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너를, 너도 나를 서로 생각하기에, 보이지 않는 방향이 같은 그런 일 말이다.  

그가 묻는 것은 매우 단순한 일이었다. 다 같은 인간이면서 도대체 무슨 이유로, 또 무슨 권리로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감금하고, 못살게 굴고, 유형 을 보내고, 매질을 하고, 죽이는 것일까? 그러나 그에게 준 해답은 여러 가지 이론뿐이었다. 즉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는가 없는가, 두 개골이나 다른 측량으로써 그 인간이 범죄형인지 아닌지를 식별할 수 있는가? 범죄에서 유전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선천적인 부도덕 성이란 존재하는가? 도덕이란 대체 무엇인가? 광기란 무엇인가?
타락이란 무엇인가? 기질이란 무엇인가? 기후, 음식, 무지, 모방, 최 면술, 정욕 따위는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도대체 사회란 무 엇인가? 사회의 의무란 무엇인가? 등등에 관한 이론이었다


네홀류도프가 자신의 단 하나의 기본적인 물음에 대해 학술 서적에서 찾아낸 해답도 바로 그와 똑같은 반문 형식의 대답이었다.
학술 서적들에는 현명하고 학문적이고 흥미로운 내용이 많았다.
그러나 무슨 권리가 있기에 어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벌주느냐 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에 대한 해답은 없었다. 그런 해답이 없을뿐 더러 모든 이론이 형벌을 설명하고 변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형벌의 필요성을 자명한 이치로 보고 있었다.

(마슬로바의 징역형이 결정된 이후, 네흘류도프는 자기에게 주어진 여러 일을 정리하였고

죄수들을 도우며 그리고 변호사, 사제, 소장들에게 드은 내용을 통해 죄수들의 유형에 대해서 생각한다.

1. 오판에 의한 범죄자
2. 격노, 질투의 발작에 의한 범죄자(분조장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행동할 일을 하는 그런 분노)
3. 범죄의식이 없는 이들(밀주를 팔거나, 도둑질로 연명하는)
4. 사회평균 이상의 지능을 갖어 범죄자 무리에 속하게된 이들(사회주의자들, 혁명가들)
5. 범죄자들을 방조하는 사회에 의해 범죄자가 된 이들

그런데 네흘류도프가 생각했을때 이는 꼭 감옥에 수감된 이들을 제외하고도 사회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으며, 그들과 범죄자들의 차이가 무엇인가, 그 누가 자유를 부여하고 그것을 앗아가도록 재판까지 하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다

그렇게 수많은 책들을 읽지만 질문에 대한 반문이 돌아올뿐
어떤 결론에 다다르지 못한다.  

“실제로 죄 없는 사람이 벌을 받는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이지요. 만일 있다고 하더라도 극히 드문 예외예요.”

"그렇지만 나는 그와 정반대라고 믿습니다." 네홀류도프는 자형에게 반감을 느끼면서 말했다. "재판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 의 태반은 무죄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어요."

"그야 물론 오판이란 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요. 인간이 만 든 제도니까 역시 완벽하다고야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죄수들 중에는 자라온 특정 환경 때문에 자기들이 저지 른 행위를 범죄로 여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룹 도 역시 무죄라고 봐야 합니다.

실레지만 그건 좀 편견인 것 같소. 어떤 도둑이라도 도둑질은 나쁘다.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은 사람의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다. 하는 것쯤은 다 알고 있으니까요 "

아니, 모릅니다. 그저 도둑질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칠 뿐입 니다. 그러나 그들은 공장주가 자신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임금을 착복하고 정부가 숱한 관리를 채용해서 세금이라는 형식으로 끊임 없이 자신들의 돈을 수탈하는 것을 목격해 알고 있습니다."

 
자강두천
누님의 남편(자형)과 다투는 네흘류도프, 사실 그냥 ‘네 그래요.. ㅎㅎ;;’ 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이에 대해 직접 보고 느낀것이 많기에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사실 누구의 말도 틀리지 않다만, 네흘류도프의 그것은 좀더 스코프가 크다
따듯한 바운더리를 넘어선 아프리카 초원과 같은 영지 밖은 그야말로 야생이다.

살기위해 행해지는 모든 악한일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에게 선악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도둑질 협박이 그들에겐 목숨을 잇게 하는 선인 것이다.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한 그들이 경찰에게 포착되는 순간 그냥 범죄자 낙인 쾅!
이게 죄야? 하면서 일생을 복역할수도있는것이다.

하물며 공장주도 마찬가지다.
총도 채찍도 안들었을뿐 사회에서 용인했기에 범죄가 아닐뿐이지
사실상 노동력의 착취, 수탈과 다를 바가 없다.

이런 맥락을 생략하고 씩씩거리며 매형과 다투는 네흘류도프
인간성이 돋보인다.
이 이후로도 라고진스키와 네흘류도프는 토지관(토지에 대한 가치관)으로도 한참을 싸운다.

“감옥은 우리의 안전을 보장해줄 만한 힘이 없어요. 왜냐 하면 그 죄수들은 한평생 거기 갇혀 있는 게 아니고 헝기가 차면 석방되니까요. 뿐만 아니라 이런 제도에서는 도리어 사람들을 악과 타락의 극단에까지 몰아넣고 말기 때문에 위험을 중대시키고 있는셈이지요."
그렇다면 징벌 제도를 더 완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감옥을 완전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감옥을 완전하게 하려면 국민 교육에 들이는 비용보다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이 들 테니까, 국민 에게 새로운 부담을 더할 뿐입니다."
"그러나 징벌 제도의 결함을 내세워 재판 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소?" 다시금 라고진스키는 처음의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 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계속했다.그 결함을 바로잡을 수는 없습니다." 목청을 돋우며 네홀류도 프는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오?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가 요? 아니면 어느 정치가가 말한 대로 눈알을 빼버려야 한다는 건가 요?“

 
(이양반들은 서로가 자기의 이야기를 이해하기엔 상대방의 깊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계속해서 아옹다옹 싸우고 있다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사실 교화의 의미를 상실한 감옥은 한시적인 쓰레기통일 뿐
형기를 다 채운 범죄자는 석방된다.

미처 교화가 되지 못한 범죄자가 석방되는 것도 문제지만,
심지어 죄를 짓지 않아 수감된 이들도 비이성적인 감옥생활에 오염되어 석방된다는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징벌제도가 더 완벽해야하는가!
감옥은 더 그 처우가 좋아져야하는가!

이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가!
그럼 범죄자를 죽여야하는가!

너무나 어렵고 그역시 답을 내릴 수 없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다만, 지금의 사법시스템은 분명하게 문제가 있음에 그는 자명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어요. 저로서도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여 하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만은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 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할 작정입니다."
...
"가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가는 겁니다." 이 대화를 끝내고 싶 다는 듯이 네홀류도표는 진지한 표정으로 매정하게 말했다.
...
'누님은 카샤와 결혼하려는 내 계획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거죠? 알고 계시겠지만, 난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그녀 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그는 말했다. 이 얘기를 할 때는 언제나 그렇듯이 목소리가 떨렸다.
...
”그녀는 내 희생을 바라지 않고 오히려 자기 쪽에서 지금과 같은 환경에 있는 몸으로서 퍽 많은 것을 나를 위해 희생하고 있습니다. 나로서도 비록 그것이 일시적이라고 해도 그녀의 회생을 받아들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디까지라도 그녀를 따라가서 될 수 있는 한 그녀를 돕고, 그녀의 운명을 가볍게 해주리라 생각한 겁니다“

 
말이란 것이 그의 신념이 점차 확고해짐을 유도한다.
 
눈은 마음의 차잉요 말이란 것은 그릇이라고 표현하지만 
내 경우 느낌이 조금 다르다
아니아니 말이란 것이 그릇도 맞는데 
말이란 건 조금 더 높은 수준의 그것의 의미를 갖는다 생각한다.
 
독립열사들이,그리고 그 군부시절때 대학생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그 행위를 일제가, 정권이 방해하고 저지하려는 것은 내가 말하려는 그것을 자명히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호송대가 수형자를 먼 시베리아로 이끈다.
그 과정에서 호송대는 수형자 개개인의 컨디션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모두 같은 수형자라는 이유로 그들의 책임감을 다하기위해 노력하다가 수형자 한명 한명이 사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이 병원에 무사히 도착하도록, 또 치료받기를 소망한 네흘류도프.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무력감에 몸부림치는 그는 결국 이 반복되는 살해의 용의자를 이런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돌리고 역에서 그녀의 누나를 다시만나 그의 결의를 재차 공고히한다.
 

(어떤 죄의식이라는 것은 행동을 시스템화시켜 희석함으로서 그 본질을 흐릴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행동은 일말의 죄책감이 아닌 나의 소임이자 책임이며 그녀 또한 나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님을 말이다.)

최근 6년 동안 도시에서 보낸 음탕하고 사치스럽고 나태한 생활 과 2개월 동안 형사법들과 함께 보낸 감옥 생활 뒤에 정치범들과 같 이하는 현재의 생활이 카투샤에게는 온갖 괴로운 조건이 앞에 놓여 있다 해도 더없이 즐거웠다. 비교적 좋은 식사를 하면서 하루 20에서 30킬로미터씩 이틀 걷고 하루 쉰다는 여정이 육체적으로 그녀를 튼튼하게 해주었고, 또 새로운 벗들과의 교제는 그녀가 지금까지 아무 의미도 두지 않았던 인생의 흥미를 일깨워주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지금 함께 걷고 있는 이런 훌륭한 사람들을 지금껏 천해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존재조차 상상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네흘류도프가 번듯한 사회(수용소와 반대되는 개념)에서 치욕스럽고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 별개로

카투샤는 너저분한 수용소에서 번듯하고 비범한 사람들을 만나 회복하고 있는 것이다.

둘의 대비는 꽤나 극명하다
그녀가 그의 희생에 감복하여 감화할것이라는 조금은 오만한 생각은 역시 통하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민중을 위해 특권과 자유를 버린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유기한 특권과 자유에 대해 연연하지 않고 태연한 모습이 그녀에게 감동을 준것이다.

네흘류도프와 비슷하지만 결이 다르다고 생각이든다.  
 
 

지금 그는 카투샤에게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이 감정은 최초의 시적인 연정과도 달랐고, 그 후에 경험한 육감적인 연정과는 더욱 달랐으며, 또 재판 후에 그녀 와 결혼하려고 결심했을 때의 자존심과 결합된 의무감과도 아무 공통점이 없었다. 그 감정은 동정과 감동이 뒤섞인 매우 단순한 감정 이었다. 그는 이 감정을 감옥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와, 그 후 병원을 방문한 뒤에 혐오를 억누르고 조수와의 스캔들을 용서해주 었을 때(이 스캔들이 사실무근이고 부당하다는 것은 뒤에 알았다) 새로운 힘으로 경험했다. 지금의 감정도 그 감정과 똑같았지만,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의 감정은 일시적이었음에 비해 지금의 감정은 영구불변하다는 것이었다.


그녀에 대힌 네흘류도프의 생각이 바뀐 것이 돋보인다.

그전에 그녀와 그 사이의 지위가, 생각이 동등하지 않다는 것이 조금 있었는데, 그녀의 정신적인 성장과 자신의 일련의 일들 때문일것이다. 

이야기란 건 다름이 아니라. 시몬손은 되뇌었다. 카투샤와 당신 사이를 알고 있으니 그녀에 대한 내 태도를 이야기해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요."
"아니. 무슨 얘기신데요?' 네홀류도표는 시몬손의 솔직함과 경
직함에 감탄하면서 말했다.
"실은 카투샤와 결혼하려고 생각합니다...

나로서는 이 문제가 완전히 정해져 있습니다. 나는 내 의무라고 생각하는 일을 하고 싶고, 또 그녀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그녀를 구속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해요.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어
요. 그래서 자기 때문에 당신의 앞길을 그르치지 않게, 가령 소극적 인 선행이라도 좋으니 당신을 위한 일을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을 행 복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당신과의 결혼이 과거의 어 던 타락보다도 무서운 타락이 될 테죠. 그러니까 그녀는 그 일만은 결코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서 당신의 존재는 항상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어놓고 있는 거죠."


시몬손과 마리야 파블로브나 그리고 네흘류도프가 한 장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시몬손(카투샤가 의지하는 사람 中 한명)이 그녀와의 결혼을 네흘류도프에게 허락을 구한다.

그이야기를 듣고 있는 마리야 파블로브나는 말한다.
카투샤에게 네흘류도프는 사랑하면서도 서로를 위해 가까이 하면 안되는 사이라고

시몬손이 한 말은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괴롭고 기묘한 것으로 여겨지던, 스스로 짊어진 의무에서의 해방을 그에게 주는 것이었 다. 그런데도 그 말은 왠지 불쾌했을뿐더러 마음이 괴롭기도 했다.
이 감정에는 시몬손의 제의가 자기 행동의 특수성을 파괴하고, 자 기가 바치온 희생의 가치를 보란 듯이 깎아내렸다는 불만도 들어 있었다. 그녀하고는 아무 인연도 없는 저런 훌륭한 인간이 그녀와 운명을 같이하겠다고 한다면, 이미 네홀류도프의 희생은 그다지 의 미 없는 것이 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단순한 질투심도 있었는지 모 른다. 그는 자신을 향한 카샤의 애정에 온통 젖어 있었으므로 그 녀가 다른 사내를 좋아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그 리고 또한 그녀가 형기를 마치는 동안 줄곧 옆에 함께 있겠다고 굳 게 결심했던 계획이 무너져버리는 불만도 있었다. 가령 그녀가 시 몬손과 결혼한다면, 네훈류도프의 존재는 불필요해지고, 그로서는 또 새로운 생활을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네흘류도프의 생각은 현실적이다.
내포하고자 하는 의미도 그 무엇도 해석할 여지 없이 직접적으로 나타나있다.

나의 희생, 자기 행동의 특수성을 파괴당한다 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서도 내가 원한 것이 정말 그녀에 대한 용서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면 이쯤에서 멈춰도 되지 않을까하는 가련한 마음

후우 복잡하다 복잡해..! 이 어려운 서사를 만들고 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당신은 대체…!


3개월 동안 네홀류도프가 본 것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들은 감옥이니 유형수 숙소니 징역지니 하는 데 가두어져 완전한 나태와 물질적 보장 아래 자연이나 가족이나 근로 등 에서 격리되어 몇 개월이고 몇 년이고 감금된다. 그러니까 아주 자 연스러운 도덕적 인간 생활의 모든 조건에서 제외되고 만다. 이것 이 첫 번째 인상이었다.

둘째로 그들은 이러한 제도 속에서 쇠사슬 과 삭발과 치욕의 수의 따위로 모든 종류의 불필요한 굴욕을 맛보 고, 약한 인간이 선량한 생활을 보내는 중요한 원동력인, 남의 의견 을 존중하는 마음씨와 수치심과 인간 가치의 의식 등을 박탈당하고 있다.

셋째로 그들은 끊임없이 생명의 위험에 부닥치고 있다. 일사 병이나 익사나 화재, 또는 흔히 감옥을 따라다니는 전염병이나 극 도의 피로나 구타 같은 특별한 경우는 제외하고라도, 아무리 선량 하고 도덕적인 인간일지라도 자기방어의 마음에서 대단히 무서운 잔학한 행위를 스스로 하게 되고 또 타인의 그러한 행위도 허용하 게 된다.

넷째로 그들은 (특히 이런 종류의 시설을 통해) 극도로 타락한 파렴치한이나 살인자나 악당들과 강제적으로 함께 생활하게 된 나 머지, 지금까지의 행적으로는 아직 완전히 타락했다고 볼 수 없는 사람들까지 밀가루 반죽에 이스트가 끼치는 것과 같은 작용을 받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째로 이런 영향을 받고 있는 모든 사람은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그러니까 자기 신체에 가해지는 별의별 비 인간적 행위라고 하는 수단으로 한 가지 일을 배운다. 이를테면 아 이와 부녀자와 노인을 고문하거나 몽둥이와 채찍으로 때리며, 탈주 자는 산 채로 붙잡건 죽은 후에 붙잡전 간에 잡아다 바친 자에게는 상금을 주고, 부부를 떼어놓아 남의 남편이나 아내와 동숙시키고, 홍살이나 교수형을 집행하는 등의 온갖 폭행과 잔인함과 야수적 행 위가 금지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그것이 정부에 유리하다고 할 때는 오히려 허용되고 있으므로, 속박과 곤궁과 결핍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허용되어야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다른 어떤 환경에서도 얻을 수 없는 깊은 타락과 악덕을 만들어내기 위해, 깊은 타락과 악덕을 온 민중 사이에 아주 넓게 만연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꾸며낸 시설과도 같았다...



(지금까지 소설(네흘류도프가 생각하는)의 이야기를 듣고 종합해보면
톨스토이가 하고 싶은 말은 딱 이것이라고 생각이든다.

구조적 불합리함

기득권들은 하단의 위치한 사람들은 상류층을 위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그 구조(사회)를 수호한다는 명목으로 게걸스럽게 생활한다.
그를 위해 행해지는 수많은 악행들을 교사하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죄악스러운 감정들을 나눠 정화한다
시스템에 의해, 어떤 절차에 의해서 어쩔수없다는 생각을 심고 감정을 거세해서 말이다

톨스토이는 이런 형태에 희생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카투샤를 포함한 정치범들과 다른 범죄자들은 시베리아로 가기위해 임시 수용소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네흘류도프는 아픈 크릴초프의 회복과 카투샤와 면회를 위해 장군을 독대한다.)

당신도 이제까지 정치범들을 만나왔겠습니다만, 그때마다 사례금 을 써서 들어가셨지요?" 장군은 웃으면서 말했다."그렇지요?" 네, 그건 사실입니다."
"당신이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은 나도 잘 압니다. 당신은 정치범을 만나보고 싶어 합니다. 그들이 가엾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장이나 호송병들은 얼마든지 뇌물을 받습니다. 하긴 20코페이카 은화 두 닢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니 뇌물을 받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사실, 네흘류도프가 사례금, 금품을 위병에게 지급하는 장면은 수차례있었고
계속해서 그의 인간성에 대해서 놀람을 금치 못할때마다 그의 그런 행동은 매우 신경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이 시대에선 그것이 매우 용인되는 행동이었을까
대의를 위해서 작은 범칙은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일까
아무튼 위 대화를 통해 그런 행동은 용인되는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그가 이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던가 그런 묘사는 전혀없었다
단순히 장군이 그의 요청에 대해 거절하고 일부 수용하겠다는 대답을 위해 사례금을 예시로 들었을 뿐이다.

신적인 깨달음을 얻은 ‘듯’ 보이지만 인간적인 네흘류도프로 미루어보아
나의 생각엔 그는 그것이 음성적인 행위임을 이미 알고 있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고 장군의 말에 분명 부끄러움을 느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군이 금품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그런 것들을 요구했다면 그는 두말할 것 없이 은화를 내어 원하는 바를 챙겨갔을 거니깐
그런 모습을 은연중에 들큰 스스로 항상 옳다는 일을 하고 있었기에 양심적으로, 도덕적으로 비교당한 그는 구멍이 있으면 숨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 분명 그랬을 것이다.


 
장군과의 독대를 마치고 우체국으로 향한 네흘류도프, 셀레닌으로 부터 편지를 받는다
바로 카투샤에 대한 직영형을 취소한다는 특사명령이 담긴 편지였던 것이다
그의 길고 긴 속죄 순례길의 마침표가 보이는 순간이다
 

이 소식은 너무나도 기쁘고 중대했다. 카투샤를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네흘류도프가 바라던 모든 일이 실현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러한 환경 변화는 그녀에 대한 그의 태도에도 새로운 복잡성을 가져울 게 분명했다. 그녀가 징역수인 동안에는 그가 신청한 결혼도 가상적이었을 뿐 아니라 그녀의 처지를 수월하게 해 주는 의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네흘류도프는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시몬손과 그녀의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녀가 어제 한 말은 무슨 뜻일까? 만일 그녀가 시몬손과 결합 하기로 동의한다면 좋은 일일까, 나쁜 일일까.

그의 입장이 참으로 난처하다

어떤 면으로 보면 나의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정말 일말의 여지 없이 기대한 바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을까
내가 행복하기만 바랐던 사람의 순간에 있어서 내가 없다면 또 그건 내 영역밖의 일인 걸까

(참고로 그녀가 한 말은 나는 둘 중 누구도 선택할 자격이 없다 뭐 그런 이야기였다. )


특사를 받았음에도 아직 수감되어있는 카투샤.
이전에 만난 장군네 집에서의 만찬에서 만난 영국남자의 감옥견학을 빌미로 통역을 맡아 감옥에 입성한다
그리고 카투샤를 만나는데..
 

“저, 드미트리 이바노비치, 그가 저와 함께 살기를 원한다면…" 그녀는 놀란 듯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고쳐 말했다. "그가 저를 곁 에 두기를 원한다면, 저로서도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요? 정말이지 그런 행복이 없겠지요…. 저 같은 사람에게 대체 무엇이…"
'둘 중 하나다.
시몬손을 사랑해서 내가 바치려는 희생을 전혀 원하지 않거나, 아니면 아직도 나를 사랑해서 내 행복을 위해 마음 에도 없는 거절을 하고 시몬손과 운명을 결합함으로써 영원히 인연 을 끊어버리려 하거나.' 네흘류도프는 이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부 끄러워져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역시, 바라던 바는 다른 곳에 있었던 걸까
그는 그녀의 재귀가 그의 안에 있고 지금까지 자기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보답을 원한걸까
뭐가 되었든 그녀의 선택이 있어서 또 자기라는 존재가 있었다는 생각을하며얼굴이 화끈거린다

네흘류도프는 그녀에게 ‘당신은 훌륭한 여자야’ 그리고 ‘다시 만나자’며 작별인사를 했고
그녀는 안녕히가세요 대신에 ‘용서하세요’로 대답했다


이후,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영국남자가 각 수용소들을 돌며 복음을 전파하고 시체실에 들렀는데
마리야 파블로프나의 남자가 시체실에 안치되어있었다
장군에게 그의 이송을 막아달라고, 마리야 파블로브나라는 정치범이 그를 위해 결혼하고 간호하게 해달라고 한차례 부탁했을 텐데…(그는 거절하며 의사를 붙여주겠다하긴했다)

그렇다. 크릴초프였다. 아니, 적어도 그의 물질적 존재가 남긴 한 흔적이었다.


허탈 할 것이다. 그동안 감옥에서 죽어나간 사람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의 주변 사람이 이렇게 싸늘하게 식어간 모습은 독자로서 안쓰러웠다.
다만 이에 대한 네흘류도프의 감정이 책에 드러나진 않는다. 단지, 조금 죽음외엔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라던지
오늘 경험했던 것들에대한 복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밖엔 없었다.
 

자리에 들려고도 하지 않고 네흘류도프는 오랫동안 여관방 안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카투샤의 문제는 끝나버렸다. 그는 이제 그녀에게 필요 없는 존재였다. 네흘류도프에겐 그것이 슬프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그를 괴롭히는 것은 그 일이 아니 었다. 또 한 가지 일은 결말이 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보 다도 더욱 강하게 그를 괴롭히고 한층 더 맹렬히 그의 활동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선 기분이 조금 이상할 수 있었지만 
카투샤에 대한 일은 서로의 사랑도 확인했고 소녀에 대한 속죄도 용서도 받았기에 
기대했던 목적엔 부합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궁극적인 이 시스템의 불합리함 
노인내가 앉아있는 똥통에서 흘러나오는 오물위에서 누워자는 소년의 모습에서 나오는 그 불합리함에 대해선
그 무엇도 해결되지 못했다.
 
그는 영국 남자가 기념삼아 준 성경에 내가 찾는 답이 있으리라하는 생각으로 책을 편다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집는 심정으로 말이다.
 
 
그는 성경을 읽으며 이해가 안되면서도
자신의 생활에 대해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느낀다
그리고 진리...라고 부를 수 있을 지는 모르곘지만 
신의 섭리에 다가선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는 사 악함에서 구원받을 수 있는 단 하나의 확실한 길은 언제나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신을 죄인이라고 인식하고, 따라서 남을 벌하거나 교정할 만한 힘이 자기에게는 절대로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있음 을 그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또 감옥과 구치소에서 목 격한 저 무서운 사악함도, 그러한 사악함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태연한 자신감도 요컨대 그들 자신이 악인이면서 악을 교정하려는 따위의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원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것을 명백히 알았다.

 
 

지금까지 그가 찾아내지 못하고 있던 해답은 바로 그리스도가 베드로에게 준 말에 있었다. 곧 누구든 죄가 없는 사람 은 없으며, 따라서 사람을 처벌하거나 교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 므로, 항상 모든 사람을 몇 번이고 한없이 용서해야 한다는, 이 한 가지에 있었다.

 
우리네 삶은 우리의 것이 아닌 주어진 것 그에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자명함에 
그는 새로운 깨달음을, 새 삶을 살게 된다
그리하여 그는 '부활'... 하게 된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어떠한 메타포가 숨겨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읽으면서도 아리까리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읽어도 읽어도 와닿지가 않는다. 
내가 무교라서 그런걸까...?
 
좌우간 서사와 그의 생각들이 어렵지 않고 직접적으로 잘 나와있어서 읽기에도 어렵지 않고
재미도 어느정도 챙긴 것 같다. 
 
이런게 고전 명작이라면.... 나는 사랑해줄 수 있어! 
이렇게 나의 첫 러시아 문학은 성공적으로 마무리입니다~








 

 

아아 

이런 걸로 내 일상을 작성하고 싶지 않은데, 나는 왜 항상 이런걸까! 

 

근데 들어보면 이게 진짜 불합리하다

아마 남자도 여자도 다 비슷할 거라고 분명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성이라는 것을 머리속에서 뗄래야 떼기가 참 쉽지가 않다

남녀 사이에 분명히 친구가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데도 

술을 마시면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흘리곤 한다.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런 것들을 남에게 기대하는 걸까! 

 

부활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또또 술마시면서 실수를 하는 내모습을 보니 너무나도 창피했다.

 

 

 

'24.07.06

매력적인 여자가 여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을까?

큰 범주에선 그런 경우는 사실 바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을테니깐

 

하물며 이쁜 여자는 3대가 덕을 쌓았다는 이야기도 있을정도니 말이다

 

자신의 용모가 다른 누군가에게 감명을 줄 수 있다는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게임은 끝난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의 균형이 무너진다. 

그러면서 그것을 두려워하고 연애에 대해 지독한 혐오와 공포를 느낀단 사실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또 역설적이다.

...

 

 

 

아 이런 생각을 할 때만 해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분명했는데

글을 쓰려니 글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똥글로 내 일기장을 채우고 싶지 않은데에에

나 왜 항상 이러는거냐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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