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
첫 중국 작가의 책이자
첫 희극 입문작이다.
'25.02.25
과하지 않은 복선과 액자식 구성으로 뻔할 수 있는 스토리를 탈피하면서 희극의 장점을 잘 살렸지만서도
복잡한 인간 관계가 희극으로 즐기기엔 피로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도파민 터지는 순간들이 워낙에 많다보니
유희용으로는 또 좋을 거 같기도 하다
(불륜, 도박, 쌈박질 그리고 출생의 비밀..)
소설을 읽으면서 어느 한 인물에게 마음이 치우치지 않았다
보통은 이런 소설을 읽으면 누구 한 인물에게 마음이 동하기 마련인데
한명 한명의 서사의 무게를 가늠하기엔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조우판이.
늙은 광산 사장(조우푸위안)에게 시집을 왔지만, 남편은 병적으로 전처의 흔적에 집착하다시피 하다보니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 심적으로 힘든 시기에 나이도 엇비슷한 첫째 아들(양아들이다)에게 위로를 받다보니 잠깐 불륜 관계가 되었고 그녀는 그런 집착을 끊어내지 못한다.
조우핑은 그런 조우판이와의 관계를 끊고 하녀인 루쓰펑과의 관계를 꿈꾸지만 여러 이해관계-어머니와의 불륜이 정리가 안되었으며 보수적인 분위기 아래 아버지의 허락을 구할 수 없는 등- 아래 큰 결심을 내리지 못한다.
루쓰펑은 상식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하녀로 나온다,하지만 아쉽게도 시대적인 배경 아래 그녀가 할 수 있는건 많지 않다.
루다하이, 루쓰펑의 오빠로 광산 노동자이다. 회사 노동조합의 우두머리 중 하나로 나오지만, 조우푸위안의 계략으로 동료들에게 배신당한다.
마지막으로 조우충, 조우 가족의 막내아들이고 가장 비극적인 캐릭터이다. 일단 루쓰펑을 짝사랑하지만 루쓰펑은 그의 형을 사모하고 있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만, 그녀에게 멸시받는다. 어찌보면 위 인물중에서 가장 자유롭지만 그 어디에서도 호응받지 못한다. 감정에 있어서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앞서기에 그 안타까움이 가장 극적으로 다가온다. 더군다나 그 감정은 이해관계에서 오는 감정이 아니라 어리고 순수한 그것에서 온 것이라 가슴이 아프다
글의 말미에는 작가 차오위의 서(序)가 있는데
나는 책의 내용보다도 작가가 그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그의 생각이 너무나도 소중했다
정말 겸손하고도 냉정하고 또 소중하게 여기는지 글에서 그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보였다.
지난 십여 년간 여러 희곡을 읽어보기도 하고 공연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어떤점에서 일부러 누구를 모방한 기억은 없다. 어쩌면 잠재의식의 저변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지도 모르곘다. 은혜도 모르는 노예같이 한가닥 한가닥 주인의 금식을 뽑아내어 자신의 추한 의복을 짜 놓고도 내 손에 왔기 때문에 이미 퇴색해 버린 금실이 주인의 것임을 부인하는 건지도 모른다. 사실 남의 간단한 이야기나 약간의 에피소드를 훔치는 것은 그리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같은 진술이 얼마나 많은 고금 대가들의 손길을 거쳐 시가와 희곡, 소설, 전기 작품으로 재창작 되어 왔던가.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으로 작품을 분석하려 해도 나는 뇌우를 집필할 때 어떤 작품을 염두에 두고 창작했는지 생각해 낼 수가 없다. 비록 그 몇몇 대가의 힘있고 아름다운 필치 한 점, 한 획, 한 문장이라도 모방할 수 있다면 큰 영광이겠지만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의 희곡을 마주할 배우에게,
비평이란 칼을 들고 난자할 평론가들에게
그리고 무대에서 생명을 부여받고 뛰놀게될 작은 생명들에게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에서
작품에대한 그의 사랑을 볼수 있었던 것 같다.
희곡은 어떤 사람이 쓸까
드라마는 어떤 사람이 쓸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작가의 글을 보며 어느정도의 해답이 되었던 것 같다
세상에 던지는 물음표의 한 형태가 희곡이 될 수 있구나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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