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참지못하고 책을 넘겼다
개발과 자기발전에 좀더 투자하고자 했지만, 추석기간을 그렇게 보내기에
내 의지가 부족했고 너무나 더운 날씨에 굴복해버린 탓이 컸다
대관절
하루키의 책을 탐독하며 느낀 것이지만
대개의 작가는 자기가 추구하는 에고와 자기가 정한 일정한 소설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쪼록 읽으면서 면도날(서머싯 몸의 다른 서적)과 비슷하게 메세지에 대한 중압감은 전혀없었고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직접 관찰하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전해듯는 과정이 매우 사실감 있고 재미있었다.
더불어 읽으면서도 소설같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사실감이 넘쳤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스트릭랜드가 블란치와 외도하게 된 부분이나, 타히티에서 스트리랜드의 모습은 가히 백미였던 것 같다.
분명 서머싯 몸은 진리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 그것을 추구하기엔 주변인들이 고통받을 수 있기에
그래서 막연하게 예술/철학에 심취한 인물을 통해서 자신의 그런 욕구를 대신하여 충족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진리를 찾기 위해서 속세에 미련없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부러움과 동경이 있으면서
한편으론 그에 따른 피해를 두려워하며 말이다.
모쪼록 서머싯 몸은 메세지 전달에 대한 압박감 없이 그런 상황에 대해서
달과 6펜스에서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을 빌려서
면도날에서는 래리 대럴의 파괴된 삶을 빌려서
자신의 이상과 자신의 목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었다
민음사 달과 6펜스의 해설의 말을 빌려서
'예술가의 개성은 과연 인격의 파탄을 상쇄해 줄 수가 있는가?'라는 물음에
서머싯 몸은 예술/철학과 같은 진리를 좆는 숭고한 행위는 일반적인 사회적 통념과 같은 윤리와는 평행하지 않으며
그런 순탄치 않은 길을 선택한 이들에게 박수을 보낸다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2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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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을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나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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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스트릭랜드 부인.
이상적인 부인상의 꽤나 매력적인데 독특하게 연회에선 남편과 대동하지 않는다.
의아해하던 나는 스트릭랜드가 조금 궁금해지던 찰나에 동료에게 스트릭랜드 가에 대한 소식을 언뜻 듣게된다
스트릭랜드가 가족을 두고 파리로 도망간 것이다.
하지만, 내심 남편이 도망갔다는 사실보다
딴 여자와 바람이 났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날 수 있음을 경계하며 자신은 남편을 사랑한다는 말을 재차하는 부인을 보며 서머싯은 쓴 웃음을 짓는다
'세상 평판은 여성의 가장 내밀한 감정에도 위선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법이다.'
참 경우에 잘 맞는 말인 것 같다.
스트릭랜드 부인으로부터 그를 데려오라는 임무를 받은 주인공, 곧바로 프랑스로 간다
-부인께서 몹시 슬퍼하시리라는 생각은 안 해 보셨나요?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부인께 무슨 잘못이라도 있나요?없어요그럼 부인께 무슨 불만이라도?없소 -ㅋㅋㅋ가족에 대한 애정도 관심도 없는 스트릭랜드 어떠한 도덕적인 의식이 결여되어 있었다.예를들어 와이프는 어쩌구요! 라고 물으면 그럼 재혼하던가~ 이런 식이었다아이들이 굶어 죽으면 어쩔려구! 모아둔 돈 좀 있어~ 등등...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그가 고향을 등지고 파리로 간 것은 어떤 여자 때문도 와이프 문제도 아닌 '그림'이었다.그런데 그림은 그린적도 없는 그에게 왜 그림이냐고 물으니 '나는 그려야 해요'라고 묻는 모습은 꽤나 단호해보였다.그림을 그려야하는 이유에 대해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라고 답변했다.이 말을 읽는데 묘한 울림이 있었다. 그는 물에 빠진걸까
다시 돌아와서, 사랑 때문에 집을 나간게 아닌 '그림'때문이라고 하니자존심과 함께 무너져 버리는 스트릭랜드 부인
시간이 흘러 반복되는 런던의 삶에 싫증이 난 주인공은 파리로 가기 전에 시간을내어 스트릭랜드 부인을 본다남편분을 만나면 소식을 전해드리겠다는 나의 말에 '그의 형편이 어렵다면 도울 생각이 있다'고 답한 그녀하지만 그녀의 일부 속물적이고 평판과 소문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주인공은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든다'나는 그 제의가 친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고통을 겪으면 인품이 고결해진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행복이 떄떄로 사람을 고결하게 만드는 수가 있으나, 고통은 대체로 사람을 좀스럽게 만들고 앙심을 품게 만들 뿐이다.'이혼을 하고 사회적으로 저급한 이런 저런일을 전전하면서도 자신의 이전의 높았던 지위를 뽐내고 싶었고 그런 배타적인 상류의식을 보이는 그녀 모습에 권태가 난 것이리라.
모쪼록 파리에 와서 더크 스트로브라는 화가 친구를 만나 스트릭랜드 이야기를 꺼냈는데
우연찮게도 그도 스트릭랜드를 알았고, 그의 천재성에 혀를 내둘렀다
-
사람들이 자네나 나를 조금이라도 기억해 준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찰스 스트릭랜드와 알고 지낸 덕분일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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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그는 나름 태가 나는 화가가 된 것인 걸까
'그는 좀 성공했나? 지금 어디 살고 있지?'
'성공은 무슨 성공 그림은 한 장도 못팔았을걸세.'
그림에 대해 남다른 식견을 갖고있는 더크 눈에는 그는 대성할 재목으로 본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더크와 주인공은 스트릭랜드와 다같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에 간만에 그를 보고자 하는데 그에게서 병이 심하게 났다는 이야기를 듣게된다.
생각외로 그의 상태는 좋지 않았고 그를 스트로브 부부의 집에 들이고자 더크는 블란치와 이야기를 나눈다.
'스트릭랜드가 큰 병이 났어요. 죽을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더러운 다락방에 혼자 누워있어. 돌바줄 사람 하나 없이. 우리집으로 데려왔으면 하는데'
더크의 말에 블란치는 대차게 거절한다.
연유는 더크의 작품 세계를 무시하고 괄시하는 스트릭랜드를 아무런 원망없이 천재라는 이유로 들인다는 것이었다.
격한 이야기 끝에 결국 블란치는 그의 무리한 부탁을 승낙하여 그를 간호하게된다.
'왜 그렇게 처량한 꼴로 어슬렁거리고 있나그래? 나는 명랑하게 물었다.' '스트릭랜드가 내 스튜디오를 쓰고 있거든 '
나는 스트릭랜드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억척스럽고도 자연스럽게 그의 스튜디오를 점유했구나 라고 생각했다.
더크는 그런 그를 제지하지 못할테니깐
'내가 자네 대신 스트릭랜드를 쫓아내줄까?'
'아니 자넨 가만 있는게 나아'
그리고 일주일 뒤에야 비로소 영문을 알 수 있었다.
-
두 사람이 거기에 있는데 내가 어찌 돌아간단 말인가? 내가 두 사람한테 스튜디오를 넘겨주고왔단 말야.
-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그렇게 스튜디오를 점유한 스트릭랜드에게 나가라고 이야기 했는데, 그는 곧바로 짐을싸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블란치가..
그를 따라가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미 떠나간 마음은 돌릴 수 없는법
설득하고 소리쳐도 그녀는 돌아서지 않았다
억한 감정으로 스트릭랜드에게 쏘아붙여봐도 그에겐 손끝하나 닿지 못하고
그의 아내 앞에서 볼성사나운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그리고...
-
내가 나가겠소
당신이 그 끔찌하고 더러운 다락에서 살 걸 생각하니 견딜 수 없소, 그리고 따지고 보면 이집은 당신 집이라고도 할 수있으니까.
그는 돈을 넣어둔 서람으로 가서 지폐를 몇 장 꺼냈다.
이게 내가 가진 돈인데 반은 당신에게 주고 싶소
그럼 잘 있어요 여보 그동안 나를 행복하게 해주어 고맙게 생각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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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크 스트로브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꼴은 우스꽝스러웠다. 좀 초췌하고 여위기라도 했더라면 동정을 살 수도 있었으련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
여전히 말쑥한 검은 옷저고리에 언제나 약간 작아보이는 중절보를 멋쟁이처럼 쓰고 다녔다. 게다가 배까지 나오는 중이어서, 슬픔의 흔적이라곤 도무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때보다 정신과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건 고약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
자살해버렸네
둘이서 어젯밤에 한바탕 싸운 모양이야 그 작자가 나가버렸어.
-
사실 그녀는 병원에 입원했었고, 더크는 그녀를 보고자 병원에 살듯이 했지만 그녀가 혼수상태에 빠져서야 그녀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 턱 등의 살갗이 이미 모두 타버린 뒤였었고 일주일도 안가 그녀는 세상을 떠났다.
스트로브는 결국 아내를 잃은 슬픔을 뒤로하고 귀향을 결정한다 그리고 아내가 죽은 뒤 스트릭랜드를 만났던 일을 나누는데 이 이야기가 꽤나 나는 인상깊었다.
스트로브는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둘이 같이 살던 집에 갔다.
가서 아내의 환영을 보며 침대에서 눈물을 훔치고 화랑에서 스트릭랜드가 그린 그림 하나하나를 보던 와중에
아내의 누드화를 보고 분개한다.
분노에 못이겨 그림을 찢으려하는 순간 작품의 예술성에 사로잡혀 전의를 상실해버리고 만다
다른 사람(불륜남)이 그린 한 무릎은 세우고 다른 다리는 뻗고 있는 고전적인 자세의 아내의 누드화
슬픔과 질투와 분노가 사로잡는 순간에 대한 묘사가 부족하더라도
그 상황 하나가 큰 몰입감을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좌우간 스트릭랜드를 만나 그가 했던 말은 다음과 같다.
-
그래 스트릭랜드를 만나 뭐라고 했나?
나랑 같이 네덜란드에 가자고 했네
우린 결국 둘 다 블란치를 사랑한 셈이 아닌가. 고향 집에 가면 그가 머물 만한 여유는 있을 테고.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 들을 사귀면 그 사람 영혼에도 큰 득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 네. 뭔가 자기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배우게 될지도 모르고
-
우연히 스트릭랜드를 만났지만 주인공은 내색하지 않으며 그에게 상종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의 어떤 매력, 그 스트로브가 입에 닮도록 칭찬했던 그의 그림을 보고자 동행한다.
거기서 처음으로 블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
그 여자는 어느 로마 왕족 집안의 가정 교사였소. 그 집 아 들이 그 여자를 유혹했지. 여자는 남자가 자기와 결혼해 줄 거 라고 믿고 있었소. 그런데 갑자기 거리로 내쫓겨버리고 말았다지 뭐요. 애를 가지고 있던 몸이라 죽어버리려고 했다는구먼. 그때 스트로브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거고. 그래서 두 사람이 결혼을 하게 된 거요
-
나는 여기서 여러 퍼즐이 끼워맞춰줬다.
블란치가 왜 계속해서 말이 없었는지, 스트로브는 무엇때문에 스트릭랜드에게 호의를 베풀었는지 말이다
블란치는 소위 과거가 있어 의탁할 정상적인 남자를 찾지 못하였고
키가 작고 맘에 안들지만 그것을 감수하고(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와 결혼한 것이었던 것이다.
스스로 그런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이 계속해서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아 그와 살지만 마음을 열지는 않은...
그런 행색이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중에 자신에게 욕망을 갖는 매력적인 스트릭랜드.. 분명 이성적으로 끌렸을 것이다.
그리고 스트로브는 그의 아내가 가치가 떨어져 계산적으로 그를 만났다는 생각을 할만큼 계산적이지않기에
그녀를 받아주었던 것이고 그런 맥락으로 스트릭랜드에게 집으로 들이려는 생각을 한것이다.
사실 이후부터는 시간이 흘러, 스트릭랜드가 타히티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소식을 좇아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의 과거를 하나씩 들추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중에선외국 거지로 타지의 섬에서 여겨지다가
그의 사후에 섬에서까지 그의 천재성이 밝혀지고 유명한 화가로 변모되는 이야기도 재미지다
백미는 그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예술의 완성과, 그의 옆을 끝까지 지키는 어린 신부 아타(스톡홀롬 신드롬..?)이다.
글쎄...
책이 이야기하고 싶은 바가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나보코프의 롤리타, 서머싯 몸의 면도날 처럼 어떤 교훈적인 메세지가 없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높은 차원의 메타포를 활용한 메신저가 있다고도 안보이고 말이다.
다만, 스트로브의 이중성을 활용하여 그의 비극을 극대화하는 부분과
스트릭랜드의 신비감을 고조하는 부분은 가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로브는 과연 멍청한 사람이었던 걸까
순수하다는 것은 곧 멍청한 것일까
과연 예술때문에 아내를 잃고 예술 때문에 불륜남과의 동행을 권유하는 행위는 멍청한걸까
예술이란 무형의 가치가 그만큼 컸기에 가능한걸까?
예술을 하기위에 가족을 버리고
죽음마저도 잊게 하는 예술이란 무엇인 걸까
그에 대한 의문과 상관 없이 독자로 하여금 그것을 납득시키고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순전히 작가의 역량이고
그 부분에서 나는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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