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ㅡ, 달과 6펜스를 읽고 있었다.
잘 몰랐지만 SNS에서 읽을 서적을 찾다보면 서머싯 몸 작가의 책이 꽤나 눈에 띈다
'꼭 읽어야하는 고전'라던가 '내 인생을 바꾼 책' 와 같은 썸네일을 갖고 있는 수많은 글에서 말이다.
영겁의 시간 속에서 살아남은 소설들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항상 눈여겨 보고 있던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스트릭랜드에 대해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가는 흥미로운 책이었다.
그렇지만 수많은 도서 예약 요청에 책을 반납할 수 밖에 없었고 책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ㅡ, 그의 다른 향수를 맡을 수 있는 책이 있을까 하고
찾은 것이 '인생에 굴레에서' 그리고 '면도날'이었다
기존에 읽던 책들과는 궤도가 조금 달랐다.
내가 읽던 고전들은 현실에 대한 비판과
그것을 내포한 수많은 메타포들의 행진 속에서
스토리라는 강력한 설득력을 바탕으로 씨실과 날실을 가로지르는 바늘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건 뭐랄까...
인물 관찰 일기?
내가 쓰는 누군가의 전기? 일대기?
그런 느낌이었다.
다른 누군가의 십 몇년을 다른 누군가가 관찰하고, 그것을 음미하는 독자
느낌이 조금 새로운데 꽤나 흥미로운 경험이었고
색다르게 다가왔다.
주의깊게 볼 인물은 다음과 같다.
- 엘리엇(파티에 미친자)
- 이사벨(엘리엇의 조카)
- 서머싯(저자 자신)
- 래리(이사벨의 연인)
나는 엘리엇 템플턴이 누군가의 친구가 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사회적 신분 말고는 아무것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엘리엇 템플턴에 대한 몸 선생님의 평가이다.
그는 서머싯이 작가로서 유명세를 타자 친밀감을 내비치고, 보통 때엔 초대 않다가도 기존 파티 인원이 불참한다던가 서머싯이 필요한 자리에나 그를 이용하기위해 초대했다.
그렇게 속물적인 근성으로 서머싯은 그를 표현하지만 한편으론 호의를 베푸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또 한편으론 사교계에서 큰 입지를 갖는 만큼 파티를 구성하거나 예술품을 보는 안목이 탁월하다고 표현한다
그렇게 그가 사교계에서 소위 한자리 하게 된 데에 있어서 그의 배경(부모님 직업)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나, 그의 주변인들의 화려한 이름들을 업은 것이 크게 영향을 주었으리라.
그리고 어느날 엘리엇의 점심 초대를 받으며 그의 여동생, 브래들리 부인과 그녀의 딸 이사벨 그리고 이사벨의 남자친구 래리 대럴을 처음 만난다.
처음만난 이사벨과 래리는 외적으로 매력적이었다.
래리는 나이를 속여서 항공대에 입대를 했지만 전쟁을 마치고 전역을 결정한 청년인데, 이후 직업을 갖으려고 하지 않고 1년이나 쉬고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다음날 브래들리 부인의 초대로 파티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레이 메튜린은 이사벨을 좋아하는 자산가의 아들인데, 이사벨은 그레이가 아닌 래리를 선택했다고 말이다.
아마 이사벨의 어머니인 브래들리 부인이 생각하기에 1년동안 탱자탱자 일을하지않는 래리가 이사벨의 짝이 되기엔 아쉽다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들의 나이또래인 소피에게 들은 이야기가 또 별미인데, 실은 그레이의 조부모는 미천한 아일랜드 남자와 싸구려 식당의 종업원이란 것…!)
좌우간, 그레이가 물려받을 증권회사니 뭐니 훌륭한 배경을 이사벨의 등에 얹고 싶은 브래들리 부인….이었다.
“그런데 왜 취직을 안하겠다는거야?”
“왜냐고? 난 돈에 관심이 없어”
래리와 결혼하고자 하는 이사벨, 래리에게 취업을 왜 하지 않는지 묻는다
왜냐하면 결혼은 사랑이기도 하지만 현실이니까
이사벨은 사랑이 중요한 가치이지만서도 외삼촌과 어머니의 말대로 ‘남자는 직업이 있어야한다’는 말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래리는 입대해서 프랑스에서 복무하며 심경의 변화가 왔다고 애둘러 이야기하며 이사벨의 결혼을 일단 유예하자는 제안을 수락하며 프랑스에 잠시 가서 살겠다고 이야기한다.
이사벨은 특정한 방식으로 교육받으며 자랐고, 또 그러면서 배운 원칙들을 받아들이고 지키며 사는 여자였다. 부족함 없 이 원하는 것은 늘 가지며 살았으므로 돈에 목을 매지는 않았지만, 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본능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돈은 곧 힘과 영향력을 의미했고 사회적 지위도 의미했다. 남자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것은 남자의 필생의 과업이었다.
서머싯은 이사벨에게 서로(래리와) 사랑한다면 프랑스에 가서 살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하지만
이사벨은 애둘러 거절하며, 그가 프랑스에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다면 직장에 다닐 수 있을거라고 대답했다.
‘설마 내가….’
그리고 쓰러져 죽었어요 겨우 스물 둘이었는데, 전쟁이 끝나면 아일랜드에 있는 아가씨와 결혼하려고 그럤는데…
수 시간이 흘러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인데, 프랑스에서 복무하며 있었던 일은 전우가 그를 지키기위해 희생하였고, 그때 얻은 트라우마가 그에게 있어 인생의 반환이 된 것이다.
'이 한없이 가볍고 인간의 목숨이란 얼마나 미약한한가… '하며 말이다
[2장]
파리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래리
엘리엇은 이사벨이 사랑하는 래리의 새 시작을 응원하며 파리 사교계의 입성을 위해 그를 도우려하지만
래리는 애써 야회복이 없다는 핑계로 거절한다.
분명 그런 삶에 관심이 없기때문일테다
그런 그를 이해할 수 없는 엘리엇. 그저 화가날 뿐이다.
1년이 지나 엘리엇과 브래들리 부인, 이사벨은 그를 만나기 위해 파리로 갔다
“그레이 메튜린은 어때? 지금도 이사벨을 좋아하고 있나?”
브래들리 부인과 엘리엇의 대화에서 그들은 그레이와 이사벨의 만남을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이사벨은 브래들리 부인과 래리가 파리에서 시간을 보낸 뒤에도 취직을 거부할때엔 헤어지겠다고 약속한 상태였다.
그렇게 파리에 그들은 온 것이고 더불어 이사벨에 대한 래리의 마음을 확인하고자 한것이였다.
실제로 엘리엇을 파티를 열어 래리를 흔들기 위해 드 플로리몽 부인을 부추겨 그를 꼬득여보자 했지만, 실패한다.
결실은 못맺었으나 이사벨과 래리의 사랑은 분명 진짜 일것이다.
모쪼록 2년이 지났음에도 시카고로 돌아오려고 하지 않는 래리, 계속해서 인생에 대한 답을 찾고자 파리에 남겠다 한다.
“그럼 나는? 나는 당신한테 아무 의미가 없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이사벨은 나한테 더없이 소중하지 난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도대체 언제? 한 10년 후에나?”
“아니, 지금 당장이라도 가급적 빨리하고 싶어”
돈없이는 안된다는 이사벨. 1년 3000달러면 충분한다는 래리.
결혼자금이며, 출산하면 그에 필요한 돈이며 서로 이야기 하지만 의견의 차는 좁혀지지 않는다.
하지만 래리, 그거 알아? 당신은 나한테 맞지도 않는 삶을 요구하고 있어. 내가 관심도 없고, 또 관심을 갖고 싶지도 않은 상 말이야 난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구. 몇 번이나 말해야 알겠어? 난 이제 겨우 스무 살이야. 10년 후면 늙어 버릴 거고,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삶을 즐기고 싶어. 아, 래리, 난 당신을 너 무나 사랑해, 하지만 당신이 말하는 삶은 시시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을 거야. 제발 부탁이니, 당신 자신을 위해서 포기 피. 라리, 당신은 남자니까 남자다운 일을 하란 말이야
둘의 이야기는 꽤나 안타깝다.
줄이고 줄이다보면 서로 사랑하니깐 나아갈 수 있고 진리와 지식에 만족할수 있다는 래리와
편찮은 어머니와 지금의 모든 생활들을 놓을 수 없는 이사벨.
둘의 대화는 꽤나 아프다
“엄마를 위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건 아니니, 이사벨?”
이사벨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예요, 전적으로 저 자신을 위해서 그런거예요”
그렇다. 둘은 결국 사랑을 확인했지만, 약혼을 취소했다.
아마 사랑과 결혼은, 아니 사랑과 현실은 다른 것일까 싶었다.
사랑은 모든 것을 아울러 주지 못하는 걸까
그들의 사랑은 진정한 의미에 다다르지 못한 것일까
책을 이미 다 읽은 나로서도 섣불리 답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았다.
가치관이 다른 두 사람은 사랑할 수 있지만
가치관을 버리면서까지 사랑한다는 게 진정한 사랑인걸까
이사벨은 서머싯에게 찾아와
삶에 대한 고찰에 대한 욕구에 함몰된 래리를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며 자신의 선택이 옳은지 묻는다
“배움의 길에는 무리와 함께 다니는 늑대도 있지만, 혼자 외로이 걷는 늑대도 있는 법이야. 래리는 스스로 혼자만의 길을 가는 게 맞는 타입인거 같아.”
하지만 그녀는 래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그런 그녀가 이해가 가는 게
그녀말대로 그것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각이니깐 말이다
제안 받은 일자리도 걷어차는 등 돈 벌 생각 없는 훈남이랑
자산가의 아들로서 번듯한 직장의 후계자인 평범남을 고르라면
후자가 정상적인 생각일 것이다
(물론 그레이도 훤칠하고 잘생긴것으로 묘사된다)
[3장]
그로부터 10년동안 나는 이사벨과 래리를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정신이 책에 흠뻑 젖어버린다
10년… 무려 10년…
누군가의 삶을 멀리서 휙휙 돌려가며 살펴볼 수 있다는 건 꽤나 자극적이다.
래리는 공부를 하다 조금 쉬어야하겠다는 생각에 광산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거기서 폴란드인 코스티를 만난다.
광산에서의 이야기가 조금 골때리는데,
코스티는 장군의 아들로 기병장교 였는데 밀고에 의해 탄광에 오거나 프랑스의 외인부대를 택해야하는데
탄광을 선택한, 나름 불우하지만 그 뿌리 있는ㅡ 근본있는 집안에서 왔다고 이야기한다.
재밌는게
그런 그는 나와 카드게임을 하면 항상 이기기만 해서 의심스러웠는데
다른 이들에게 듣기를, 그는 장교였던 건 맞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광산에 온게 아닌 카드게임에서 속임수를 쓰다가 군복을 벗었다는 것이다.
근데 또 웃긴건 나를 속이긴 했지만 그렇게 나를 이겨서 얻은 돈으로 술값을 냈으며
내가 그의 속임수를 알아채린것을 눈치채자 내게 그 손놀림을 보여준다
그는 그저 그 상황 자체를 즐기는것이었다
“우린 그 후에도 밤이면 카드를 하곤 했어요. 전 그가 돈을 따려고 속임수를 쓸는게 아니라, 그냥 그 자체를 재미삼아 즐긴다는 것을 알았어요. 나를 바보로 만들면서 묘한 만족감을 느낀 거죠. 속임수를 쓴다는 것을 내가 알아채고 있으면서도 그걸 어떻게 하는지는 알아내지 못하니깐 그런 상황을 몹시 재미있어 한 거 같아요”
그런 한편, 그는 술에 취하면 나와 지독한 철학와 삶에 대해 토론을 했고
술에서 깨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동했다
진짜 종 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사벨은 래리와 파혼한 이듬해 6월 초순에 그레이 매튜린과 결혼했다
읽고 기분이 묘했다
이사벨 너는 그게 그렇게 되는 거였니..?
그리고 시간이 흐른동안 엘리엇과 브래들리 부인은 그레이의 아버지, 헨리 메튜린 덕에 재산이 더욱 불어났지만, 엘리엇의 가치였던 사교계에서의 그의 입지는 작아만 갔다.
그의 배경이 되어주던 사교계의 뒤축들이 하나씩 나이를 먹고 자리를 감추기 시작했고 폴 바턴과 같은 사교계의 신예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쯤 엘리엇은 프랑스의 사교계에 신물이 나기도 했다
그시절 교양인임을 보여주는 불어는 어디가고, 구린 억양의 프랑스어, 식사예절도 모르는 기자들, 그리고 배우들이 파티에 초대되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파리에는 활기가 넘치지만, 그것은 조잡하고 천박한 활기였다!
…
그곳은 그가 30년 전에 정신적 고향으로 삼았던 파리가 아니었다. 훌륭한 미국인이 죽으면 가게 된다는, 그 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리고 1929년 10월 23일, 뉴욕 주식시장이 폭락헀다
…
그때 그에게서 헨리 메튜린이 사망했고 그레이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
지금까지의 성공에 있어서 큰 도움을 받았던 헨리 메튜린은 고객들의 손실에 대해 보호해주려고 했지만, 한정된 자원에 결국 파산하고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서 그레이가 나서지만 세간살이며 모두 압류당하고 빈털터리가 된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투기를 일삼아 부자가 되었던 엘리엇도 비슷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가을을 로마에서 보내며 바티칸의 지인들이 갖고 있는 주식들을 팔으라고 조언했고 그 조언을 들어 큰 피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가톨릭은 2000천동안 지혜를 쌓아온 것이 아닙니까' 라며 모두 하느님의 도움이라 말하는 엘리엇...ㅋㅋ
그런 엘리엇은 그레이 부부의 사정을 모른척하지 않고 그들을 리브고슈의 아파트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엘리엇이란 사람은 굉장한 속물이지만서도 그만큼 따듯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몸만큼 드는 것 같다
[4장]
파리에 그들이 도착하고 얼마안가 이사벨과 10년 만에 재회한다.
엘리엇과 이사벨은 두어번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젊은 아가씨와 중년 남자 사이에 존재하건 거리감을 씻어 서로의 나이차이를 의식하지 않고 친구처럼 대한다.
갑자기 옆을 지나가던 남자가 내 앞에 멈춰서더니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넸다.
"정말 저를 모르시겠어요?"
"저로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 같군요"
나는 20프랑쯤 주려고 생각했는데, 나를 안다고 거짓말 하는 사람을 그냥 돌려보내기가 괘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때 그가 말했다.
"래리입니다"
래리와 이런 저런 근황을 공유하고 저녁식사를 하자 제안하지만
그는 항상 그랬듯이 다음을 기약하며 사라진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고
래리가 찾아온다.
반갑게 맞이하는 메튜린 부부.
아무리 서로들 친한 친구이지만 없으면 못살 것 같던 연인 사이였던 래리와 이사벨 간의
그렇고 그런 것이 전혀 묘사되지 않고 그냥 오랜만에 본 친구로서만 이야기 되어 조금 의아했다.
대관절,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근 없어진 몇년 동안에도 래리는 책과 진리를 찾아 떠났다는 이야기를 무심하게 이사벨 앞에서 이야기한다
이사벨은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약간은 질리기도 한 것 같았다. 두세 시간 전에 방으로 들어온 래리는 외모도 별로 변하지 않고 예전과 다름없이 상냥하고 솔직해 보였지만, 그녀가 알던 래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모양이다.
래리 말이다. 이사벨은 과거에 그를 잃었다.
당연히 예전의 래리를 그 모습일 거라 생각하며, 그가 아직 자신의 남자라는 느낌을 품고 있었다. 그런데 약간 당황스러웠다. 마치 햇살을 손에 쥐어보려 애써도 잡자마자 이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후에 이사벨과 자주 만남을 가지며 래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직도 래리를 사랑하는지
그럼 왜 그레이와 결혼 했는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사벨의 대답들이 조금 이기적이고 불쾌하게 들린 부분이 많았다.
래리를 미친듯이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생각해본적 없지만
결혼은 꼭 해야했고 그레이가 나를 좋아하니깐 결혼은 했다라...
둘은 옥신각신한다 잠자리 이야기며 이혼이며 뭐 그런
요지는 그것이었다.
이사벨이 중요하게 생각하는게 '시인과 같은 감성', '잠자리에서의 열정'이고
그레이가 그것을 모두 충족해준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선택지 일텐데
대체 어떤 부분이 래리에게 있느냐고 하며 이야기한다
서머싯은 키츠의 시를 인용하며 '사랑에 빠진 용감한 여인이며, 당신은 결코 입 맞출 수 없으리라. 목표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할뿐'이라고 이사벨에게 이야기한다
아마 이사벨이 래리에게 구애하지만 그 목적에 다다를수 없음을 시구를 표현한 것 일 거다
이에 이사벨은 여자가 남자를 잡는건 처음 잠자리를 가질 때가 아니라, 두번째가 중요한 거라고 표현한다
파리에서의 일을 이야기하며 결국엔 실패했지만 목표에 가가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반론인 것일까
나름 그 큰 맥락에서의 이야기는 멋있지만, 이사벨의 모든 말은 그저 변명처럼 밖에 들리지 않았다.
많은 것들을 쥐기 위해 자칫 부도덕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에 정당성 부여하려한달까
그리고 이사벨의 돌발 질문
"래리가 숫총각일까요"
"이사벨, 그 친구 벌써 서른둘이야"
"분명히 숫총각일 거예요"
"어째서?"
"여자라면 그 정도는 직감으로 알 수 있거든요."
'나는 여자의 직감을 믿지 않는다. 여자의 직감은 그 여자가 믿고 싶어하는 것과 너무도 잘 맞아떨어지기떄문에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이후엔 수잔 루비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항상 화가들을 돌아 만나며 그들에게서 의탁하며 10여년을 지낸 사람인데 래리와 친분이 있다.
그녀의 이야기는 그녀 스스로가 메타인지를 잘하는 모습에 있어서 꽤 현실적이지만서도, 평범한 삶을 사는 내겐 조금 이질적인 면이 있어 흥미로웠다.
[5장]
그들(메튜린 부부와 래리)과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에 목격한 일이다.
조수석에서 손을 뒤로 뻗은 래리의 강인한 팔뚝을 보며 안달복달 못하는 이사벨의 모습을 말이다.
그녀는 마치 최면에 걸린듯 미동도하지 않았다. 나는 사람의 얼굴에서 그토록 강렬한 욕정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색욕의 가면같았다.
그 아름다운 얼굴에 그토록 방자하고 음탕한 표정이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았다.. 마치 교미 중인 암캐의 얼굴을 보는 듯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옆에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로 말이다.
하이라이트를 치는 이유는 그 표현이 강인한것도 있지만
이사벨은 래리를 원한다는 맥락에서 독자로 하여금 전달이 강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무렵, 이사벨의 요청에 뒷골목의 술집에 다같이 놀러갔고
거기서 이사벨, 래리의 시카고 친구인 소피를 맞닥뜨린다
소피는 뒷골목 술집에 완전히 동화되어 망가진 모습을 보인다
이사벨이 말하길 시카고에서 남편과 아들과 같이 생활하다 가족을 잃은뒤 유럽으로 넘어와 타락했다고 한다
이에 안타까워 하는 래리, 그녀는 책도 많이 읽고 시도 쓰는 친구 였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가을이 되고 이사벨은 갑작스럽게 서머싯을 부른다
이유인 즉슨 래리가 창녀 소피와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이사벨은 마치 자기가 소피와 결혼하는 것 마냥 화를 낸다
아침부터 밤까지 깡패같은 놈들과 자는 사람과 왜 결혼을 하냐고
서머싯은 존경받는 사람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더러 있다고 소피를 두둔하며 래리가 그녀의 병든 마음을 치유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다시 또 화내는 이사벨
내가 그 꼴을 보려고 그레이랑 결혼하고 모든걸 포기한 줄 아세요? 하며 말이다
서머싯은 팩트 폭행을 갈긴다
"거짓말은 그만두라고, 이사벨. 네가 래리를 포기한건 다이아몬드와 모피 때문이었잖아"
이사벨은 접시를 집어던지고 두번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우리의 서머싯 선생님은 '유감이군, 나는 이사벨만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데 말이야' 하며 화제를 돌려 그녀를 웃음을 이끌어내는데에 성공한다
'그는 순수한 아이로만 알고 있던 여자가 타락한 것을 보고 그 여자의 영혼을 구하고픈 욕구에 사로잡힌거야. 이사벨 말이 옳아. 래리는 지금 가망도 없는 일을 하려 드는 거라고 생각해'
이야기가 정리되고 이사벨은 소피와의 식사자리 마련을 서머싯에게 부탁한다
서머싯은 파티를 주선했고 거기서 예비부부의 신혼여행 장소라던가 그런 담소를 나눈다
그리고 2주후, 엘리엇에게 결혼식은 어땠냐고 묻는데
엘리엇이 말한다. "결혼식 못했습니다. 결혼식 3일전에 소피가 사라졌어요"
그에 대한 이사벨의 반응을 물으니
이사벨은 래리가 그런 여자랑 결혼하면 안됐다고, 그건 사랑이 아니라 잘못된 기사도 정신이라고 때문이라 말했다고 한다.
보란듯이 의기양양할 이사벨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1년이 또 지나,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이런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
다만 엘리엇의 건강이 나빠졌고, 그럼에도 사교계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는 그의 모습은 왠지 가엾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6월 소설 초고 작업이 마무리 될 부렵 항구 근처에서
소피를 우연히 만나 그녀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는다
"막상 결혼 날짜가 다나오니까 예수 그리도 같은 스 사람한테 막달라 마리아가 되어 줄 수 없을 것 같더라구요 자신이 없었어요 선생님"
그날, 시카고 출신 친구들이 모인 날, 연회가 끝나고 이사벨이 웨딩드레스를 맞추는 것을 도와주려고 했던 그날
갑작스럽게 이사벨이 자취를 감췄고,
래리와의 약속을 어기고 술을 하게 된 것이다(물론 더 디테일한 그런 일이 있다)
그렇게 오랜만에 술을 한다는 고양감, 이사벨이 바람맞힌 걸지도 모른다는 배신감 그리고 바늘도둑이 될 바에야 소도둑이 되겠다는 심보가 합세하여
술을 비우고 이곳 항구 부근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다정했던 옛 친구. 그의 인생이 얼마나 헛되고 어리석고 보잘 것 없었는지를 생각하니 슬픔이 밀려왔다. 수많은 파티에 참석하면서 그 모든 공작, 백작들과 허물없이 지냈지만, 이제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그를 잊었으니깐"
엘리엇이 삶을 마감했다.
임종까지 연회에 울고 웃는 그의 모습은 꽤나 우스울 수 있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광적이라숭고하기 까지 했던 것 같다
다만, 그가 이끌고 또 반겨줬던 사교계가 그를 외면하는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서 서머싯은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던것 같다
아무렴 그럴 수 밖에.
우리의 삶은 유한하고 그 가치는 계속해서 유지되는 게 아니니깐.
[6장]
그리고 두어 달 뒤 프랑스 극장 휴게시간에서 래리와 마주친다.
래리와 식사를 하며, 여기서 광산과 농가 이야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3장 이야기가 시간상으로는 뒤의 이야기였던것)
여기선 래리가 그동안 무엇에게서 고통 받았는지 들을 수 있었다.
"하느님은 당신의 영광을 위해 이세상을 창조했다고. 하지만 그건 그리 가치있는 목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베토벤이 자신의 영광을 위해 교향곡들을 만들었을까요?"
"아이들이 자기 아버지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간청하는 것을 보셨습니까? 오히려 낳아놓고 제대로 못먹이거나 안먹이면 우린 그런 사람을 비난합니다 전능하신 창조주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하지만 가장 크게 저를 괴롭힌 문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보다는 죄악에 대한 선입견과 타협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죠. (중략) 그들의 범죄가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고, 그들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하느님이더라도 아무리 질이 나쁘다고 해도 그런 사람들에게 영원한 저주를 내리진 않을 겁니다."
더 나아가 세비야에서의 이야기(수잔 이야기 등)를 넘어 인도이야기까지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윤회에 대한 인도 사상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정확하게 그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엔 가진 재산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돈을 모아 낮엔 택시를 운전하며 밤엔 진리를 찾아 떠날거라고
[7장]
그로부터 반년 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소피라는 사람의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신원확인을 부탁한다고 말이다.
래리와 만나 장례를 치르지만
그는 매정하게도 이사벨에 대한 이야기를 일체 꺼내지 않았다.
그녀와 약혼을 했었다는 사실 조차 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서머싯은 며칠후 이사벨을 만나러 파리로 간다.
"범인은 잡았데요?"
"아니. 하지만 난 범인이 누군지 알지. 내 생각엔 네가 소피를 죽인 것 같은데."
이사벨의 얼굴이 굳어지는 듯 했다.
...
"좋아요. 진실을 알려드리죠 일부러 그랬어요 다시 그떄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할 거예요 소피가 래리랑 결혼 하는 걸 막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했잖아요 선생님은 아무것도 안하셨어요. 선생님이 신경도 안쓰시기에 제가 신경 쓴거예요. "
"엘리엇 삼촌이 그 빌어먹을 폴란드 리큐어를 갖고 법석을 떨떄 좋은 생각이 떠올랐죠.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술인척 연기를 한거예요. 그래야 소피가 언제든 기회가 생기면 유혹에 넘어갈 테니까요"
...
"래리한테 말 안하실 거죠?"
"그런걸 어떻게 얘기하겠어?"
"맹세하실수있어요? 남자들은 믿을 수가 없거든요"
"안하겠다고 약속할게 하고 싶어도 이젠 기회도 없을 걸. 평생 그 친구를 다시 볼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래리가 선택한 운명이 이사벨의 방해를 받은 것이었고
이사벨의 목적(래리가 소피와 떨어져 자신과 친하게 지내고자 하는)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애궂은 소피는 죽었고 이사벨은 목표를 잃었으며, 래리는 망가진 운명을 받아들였다
"이제 진짜 그 사람을 잃은 거군요"
재밌게 읽었다
다시 한 번 훑으니 감정의 선이 굉장히 잘 표현됨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는 수작임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말하고 싶은 바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보코프의 롤리타처럼 책으로부터 어떤 의미도 받지 못했던 것 같다.
-엘리엇의 집착같은 사교계에 대한 집착 갈망
-이사벨의 래리에 대한 비이성적인 집착 갈망
-래리의 진리에 대한 집착 갈망
음... 역시 잘 모르겠다.
다만 박범신 소설가님의 은교 처럼
누군가가 선택했다고 살고 있는 삶이 사실 누군가에 의한 작위적인 것이었다는 것은
매우 좌절스럽고 답답한 이야기다
생각해보면 관찰자인 서머싯을 제외하고는
만족스런 삶을 보낸 사람은 없다.
그레이는 만족할 지 몰라도 래리의 대체제로서 이사벨에게 기능했고
래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행복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순례길이 이사벨에 의해 파괴당했으며
이사벨은 사랑하는 사람을 끄끝내 잃었다
엘리엇도 자신이 온 시간을 바쳐온 사교계로부터 외면받았고 말이다(그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제일 만족스럽지 않았을까)
흐음..
역시 소설이 말하고 싶은 바는 역시 모르겠지만.. 그 결말도 전개도 만족스러웠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나는 잠깐 가름끈을 잠깐 놓으려한다.
아마 한달 정도 있다가 오려나~
시집이나 잠깐 잠깐 읽다가
다시 돌아오겠다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에서, 안나 카레니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파과, 위대한 개츠비, 칠드런 엑트, 이방인
읽고싶은 많은 책들이 있기에 힘든 시간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항상 행복하고 싶다.
'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상] 아스팔트에도 백합꽃이 핀다는 상상 (2) | 2024.10.13 |
---|---|
[가름끈] 달과 6펜스 - 서머싯 몸 (1) | 2024.09.19 |
[일상] 무지한 주류의 폭력성 (0) | 2024.08.07 |
[가름끈]부활(하) - 톨스토이 (0) | 2024.07.14 |
[일상] 여자란 건 폭력적이야 비합리적이라구 (0) | 2024.07.08 |